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 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 하며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사진=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비핵화는 없을 것이란 점을 되풀이 강조했다.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우리의 핵 그 자체를 제거해버리자는 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정권을 어느 때든 붕괴시켜버리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천만에! 이것은 적들의 오판이고 오산”이라고 역설한 뒤 “백날, 천날, 십년, 백년을 제재를 가해보라 하라. 나라의 생존권과 국가와 인민의 미래의 안전이 달린 자위권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며 그 어떤 극난한 환경에 처한다 해도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절대로, 절대로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저들의 기도를 실현할 수 없으며 우리 인민의 선택을 바꿔놓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의 사명과 구성, 지휘통제 등을 규정한 법령도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거론하며 “우리의 핵을 놓고 더는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어놓은 여기에 핵무력 정책의 법(제)화가 가지는 중대한 의의가 있다.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면서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 비핵화 로드맵으로 제시한 이른바 ‘담대한 구상’에도 관심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핵무력 법령에 “비핵국가들이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이 나라들을 상대로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한 대목은 다분히 우리나라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훈련 등을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는 북한으로선 유사시 핵무기로 남측을 공격할 수 있음을 법령에 사실상 적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면서 북한이 핵 사용 위협을 중단하고 ‘담대한 구상’에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이 핵포기 요구에 대해 ‘천만에!’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핵을 54번, 미국과 미제를 15번이나 언급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비핵화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대목은 어찌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김정은도 심중히 분석해봤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태 의원은 이같은 맥락에서 중국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을 억제하고 ‘담대한 구상’의 단계적 추진을 실현할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을 논의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