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열매 주워도 산주 동의 없다면 벌금 또는 징역형

경기 안양에 사는 30대 박모 씨는 최근 이웃 주민이 직접 만든 '도토리묵'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힐 뻔했다.

'집게 들고 마대에 한가득'…가을철 도토리·밤 무단 채취 기승
이웃 주민은 산에서 주운 도토리로 묵을 쒔다고 했는데, 박씨가 "산에서 도토리를 함부로 주우시면 안 된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박씨는 10일 "도토리나 밤 등 산에서 나는 열매를 채취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알고 있다"며 "이웃은 '주우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에는 내심 기분 나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했다.

40대 김씨도 얼마 전 의왕시 청계산에 등산했다가 곳곳에서 도토리와 밤 등 열매를 줍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배낭은 물론 집게와 마대까지 들고 와 열심히 뭔가를 줍더라"며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통행로엔 '도토리 무단채취 금지' 현수막이 내걸렸지만, 이들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고 말했다.

가을철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토리, 밤 등 임산물을 무단 채취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산 소유주의 동의 없이 땅에 떨어진 임산물이라도 불법 채취했다면 현행법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산림보호 구역이라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집게 들고 마대에 한가득'…가을철 도토리·밤 무단 채취 기승
사단법인 경기도동물구조관리협회 김종호 대표는 산에서 도토리 등을 줍는 것은 다람쥐는 물론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 대표는 "땅에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을 가진 다람쥐에게 가을철 도토리는 중요한 식량"이라며 "야생동물의 겨울철 식량을 사람들이 다 주워간다면 동물들은 결국 먹이를 찾아 민가까지 내려오고 농작물을 해치게 된다.

사람도 피해를 보게 되는 악순환"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동물구조관리협회는 매년 가을철이 되면 도내 산 곳곳을 순찰하며 불법 열매 채취를 감시하고 있다.

한 국립공원 관계자는 "도토리 등 열매는 야생동물의 중요 식량으로 무분별한 채취는 생태계 보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인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불법 임산물 채취로 형사 처벌받은 사람은 2016년 138명(118건), 2017년 138명(103건), 2018년 152명(104건), 2019년 220명(158건), 2020년 233명(170건)으로 늘고 있다.

'집게 들고 마대에 한가득'…가을철 도토리·밤 무단 채취 기승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