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애환을 만화로…"위로받았다는 독자 반응 가장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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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호주 이민생활, 만화로 연재하는 '치까루' 작가
"해외서 이민자가 겪는 차별, 한국에는 없는지 돌이켜 봐야"
"이민이나 해외 진출 꿈꾸는 이들 위해 일상 공유해 나갈 것"
"이민자로서 겪는 어려움과 애환 등을 담은 만화를 보고 위로받았다는 반응이 가장 기뻤어요.
"
서울에 살던 가족이 호주의 중소도시로 이민하기까지 과정과 적응하는 모습 등을 그린 만화 '호주치과의사'가 인스타그램에서 조용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처음 연재를 시작한 이후 1년 만인 최근 팔로워가 2만 명을 넘어섰다.
작가이자 호주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는 '치까루'(29) 작가는 11일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촘촘히 얽힌 호주 한인 사회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게 조심스러웠다"며 "익명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에피소드도 종종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는 인터뷰를 익명으로 진행하길 요청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언어도, 문화도, 눈 앞에 펼쳐진 환경도 모든 게 달랐어요.
"
중학교 3학년이던 2009년 가족의 결정으로 호주에 이민한 그는 당시 정착했던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고층빌딩 사이로 수많은 인파가 바삐 움직이는 서울에 살다가 한적한 호주의 작은 마을로 삶의 터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민 초반에는 영어가 능숙하지 않았고, 학교 친구들에게 다가가기도 힘들었다"며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이 '외로움'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한 후에는 한국에 있는 기존 친구와는 공감대가 옅어진다"며 "더구나 호주 한인사회가 생각보다 좁다 보니까 속 깊은 얘기까지 털어놓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던 이민 1세대인 부모님이 느끼는 어려움은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니던 아버지가 호주에서 자영업자로 일하면서 마음고생 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는 "어쩌면 이민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힘들고 지쳤을 때도 끝까지 버티겠다는 '치열함'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민지를 호주로 결정한 것은 우연히 마주한 작은 풍경 덕분이었다.
2002년 가족 여행지로 찾은 호주에서 버스 기사가 운행 중 "잠시 커피 한잔하고 가겠다"며 차를 세웠고, 승객 모두 불만 없이 함께 기다려주던 모습이다.
여러 국가에 출장을 다닌 그의 아버지에게도 특별했던 모습이었다.
그는 "경쟁이 일상인 한국에서 살던 우리 가족에게 기다리는 문화가 깔려있던 호주의 분위기는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당시에도 놀이터에 휠체어 그네가 설치돼 있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치열하게 버티는 삶을 살던 부모님이 자식만큼은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살아가길 바라셨던 것 같다"고 웃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현지 사회 속에 녹아들었고, 학교생활에도 익숙해져 갔다.
공부도 제법 잘했고, 원하던 의과대학에 진학해 치과의사라는 꿈도 이뤘다.
호주 이민 과정에서 겪던 일 등을 만화로 풀어낸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해 9월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대면 진료가 어려워지면서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다"며 "이제까지 호주에서 겪었던 소소한 일을 만화로 그려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했다.
만화 연재는 그간의 삶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그래도 힘든 만큼 보람 있던 인생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이민이라는 큰 도전에 맞닥뜨리면서 색깔이 다양한 삶을 이어왔으니 지금처럼 만화를 연재할 수 있게 됐고요.
"
이민자로서의 삶은 이제까지 무관심했던 한국 속 이주민에게 공감대를 갖게 했다.
무지에서 비롯된 인종 차별이나 사회 곳곳에 깔린 편견 등은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봤다고 한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어쩌면 저와 비슷한 고충을 겪지 않았을까요? 한국인이 해외에서 차별을 당하는 일에는 분노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어떤가요?"
그는 "구독자가 늘면서 이민 절차나 현지 생활 등을 묻는 메시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민이나 해외 진출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내 일상의 일부를 공유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해외서 이민자가 겪는 차별, 한국에는 없는지 돌이켜 봐야"
"이민이나 해외 진출 꿈꾸는 이들 위해 일상 공유해 나갈 것"
"이민자로서 겪는 어려움과 애환 등을 담은 만화를 보고 위로받았다는 반응이 가장 기뻤어요.
"
서울에 살던 가족이 호주의 중소도시로 이민하기까지 과정과 적응하는 모습 등을 그린 만화 '호주치과의사'가 인스타그램에서 조용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처음 연재를 시작한 이후 1년 만인 최근 팔로워가 2만 명을 넘어섰다.
작가이자 호주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는 '치까루'(29) 작가는 11일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촘촘히 얽힌 호주 한인 사회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게 조심스러웠다"며 "익명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에피소드도 종종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는 인터뷰를 익명으로 진행하길 요청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언어도, 문화도, 눈 앞에 펼쳐진 환경도 모든 게 달랐어요.
"
중학교 3학년이던 2009년 가족의 결정으로 호주에 이민한 그는 당시 정착했던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고층빌딩 사이로 수많은 인파가 바삐 움직이는 서울에 살다가 한적한 호주의 작은 마을로 삶의 터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민 초반에는 영어가 능숙하지 않았고, 학교 친구들에게 다가가기도 힘들었다"며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이 '외로움'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한 후에는 한국에 있는 기존 친구와는 공감대가 옅어진다"며 "더구나 호주 한인사회가 생각보다 좁다 보니까 속 깊은 얘기까지 털어놓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던 이민 1세대인 부모님이 느끼는 어려움은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니던 아버지가 호주에서 자영업자로 일하면서 마음고생 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는 "어쩌면 이민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힘들고 지쳤을 때도 끝까지 버티겠다는 '치열함'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민지를 호주로 결정한 것은 우연히 마주한 작은 풍경 덕분이었다.
2002년 가족 여행지로 찾은 호주에서 버스 기사가 운행 중 "잠시 커피 한잔하고 가겠다"며 차를 세웠고, 승객 모두 불만 없이 함께 기다려주던 모습이다.
여러 국가에 출장을 다닌 그의 아버지에게도 특별했던 모습이었다.
그는 "경쟁이 일상인 한국에서 살던 우리 가족에게 기다리는 문화가 깔려있던 호주의 분위기는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당시에도 놀이터에 휠체어 그네가 설치돼 있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치열하게 버티는 삶을 살던 부모님이 자식만큼은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살아가길 바라셨던 것 같다"고 웃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현지 사회 속에 녹아들었고, 학교생활에도 익숙해져 갔다.
공부도 제법 잘했고, 원하던 의과대학에 진학해 치과의사라는 꿈도 이뤘다.
호주 이민 과정에서 겪던 일 등을 만화로 풀어낸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해 9월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대면 진료가 어려워지면서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다"며 "이제까지 호주에서 겪었던 소소한 일을 만화로 그려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했다.
만화 연재는 그간의 삶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그래도 힘든 만큼 보람 있던 인생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이민이라는 큰 도전에 맞닥뜨리면서 색깔이 다양한 삶을 이어왔으니 지금처럼 만화를 연재할 수 있게 됐고요.
"
이민자로서의 삶은 이제까지 무관심했던 한국 속 이주민에게 공감대를 갖게 했다.
무지에서 비롯된 인종 차별이나 사회 곳곳에 깔린 편견 등은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봤다고 한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어쩌면 저와 비슷한 고충을 겪지 않았을까요? 한국인이 해외에서 차별을 당하는 일에는 분노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어떤가요?"
그는 "구독자가 늘면서 이민 절차나 현지 생활 등을 묻는 메시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민이나 해외 진출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내 일상의 일부를 공유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