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보관 "검소하고 활력 넘치는 군주…구두 여러 번 수선"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다양한 현안 모두 직접 챙겨"
[英여왕 서거] 검소한 찰스3세…"케이크 남으면 보관했다 다음날 먹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에 따라 왕위를 계승한 찰스 3세(73)는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며 왕실 업무에 열정적인 인물로 전해졌다.

왕실 공보관을 지낸 줄리언 페인은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왕세자 시절 찰스 3세의 일상을 상세히 소개했다.

페인에 따르면 찰스 3세의 '가사'는 수십 년간 그의 함께 한 소수의 헌신적인 직원들에 의해 운영된다.

찰스 3세는 제철 과일샐러드, 견과류에 차를 곁들인 아침 식사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침 식사 시간 많은 계란이 준비된다는 항간의 소문과 달리 공보 관리로 일하는 동안 찰스 3세의 아침 식탁에서 삶은 달걀을 본 적이 없다고 페인은 전했다.

보통 공식 일정은 이른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찰스 3세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그는 오후 시간 열량을 보충할 간식거리를 준비했다.

페인 전 공보관은 찰스 3세가 이전의 많은 왕실 인사들과는 달리 사치스러운 생활과 거리를 뒀다고 설명했다.

찰스 3세는 평소 낭비를 싫어했고, 여러 번 수선한 구두를 오랜 기간 신었다.

[英여왕 서거] 검소한 찰스3세…"케이크 남으면 보관했다 다음날 먹어"
연이은 일정을 소화한 뒤 찰스 3세는 오후 5시께 샌드위치나 과일 케이크를 먹으며 휴식하곤 했다.

먹다가 남은 케이크는 다음날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보관했다.

저녁 식사 시간은 오후 8시 30분이었다.

이후 오후 10시부터 자정을 훌쩍 넘기도록 업무실에서 현안을 살폈다고 한다.

그의 공식 업무는 저녁 시간은 물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전 찰스 3세는 버킹엄 궁전에서 연례 외교단 연회에 참석한 뒤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찰스 3세는 업무에 있어서 매우 열정적이며 빈틈이 없었다고 페인 전 공보관은 회고했다.

페인 전 공보관은 찰스 3세에 대해 "다양한 현안과 많은 양의 관련 서류를 짧은 시간에 검토했고, 작은 사안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사회·환경 문제 등 현안에 있어서 되도록 많은 조언을 듣기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초청했다.

그는 자신 주변에 '예스맨'을 두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토론하기를 즐겼다.

어떻게 많은 사안에 관심을 둘 수 있는지 묻는 공보관의 말에 찰스 3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인가 하고) 비난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英여왕 서거] 검소한 찰스3세…"케이크 남으면 보관했다 다음날 먹어"
찰스 3세는 2004∼2005년 농업, 유전자 변형, 지구온난화, 사회적 소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는 편지와 메모를 정부 각료와 의원들에게 보낸 사실이 몇 년 뒤 언론 보도로 밝혀져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의 글씨 모양을 빗대어 '검은 거미 메모' 사건으로 언론이 이름 붙인 이 일로 인해 그는 '간섭하는 왕자'(meddling prince)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이와 관련해 찰스 3세는 "만약 이것이 간섭이라면 나는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페인은 기억했다.

페인은 영화 007시리즈 25번째 작품 '노 타임 투 다이' 촬영 현장 방문 일화를 들어 찰스 3세가 사회적 지위나 빈부로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이 찰스 3세가 주인공인 대니얼 크레이그를 찾아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찰스 3세는 촬영 현장의 보안 요원, 세트 디자이너 등 스태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英여왕 서거] 검소한 찰스3세…"케이크 남으면 보관했다 다음날 먹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