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모두 15차례 특검 도입…'BBK 특검'은 한나라당 불참한 채 통과
'안기부 X파일 특검법안' 등은 여야합의 실패로 끝내 무산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국회의원은 지난 8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특검을 보면 어느 한쪽이 주장해서 성사된 적이 없고 다 여야 합의로 처리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특검) 임명 법안을 단독 발의한 것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선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 말이다.

실제로 과거 주요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법들은 모두 여야 합의로 통과된 걸까?
[팩트체크] 국회 통과한 특검법안은 모두 여야 합의였다?
특별검사제도는 정치적 외풍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사건을 중립적인 특별검사에게 맡겨 수사하는 제도다.

해당 사건마다 국회에서 별도로 제정하는 특검법이나 상설특검법(2014년 제정)에 따라 특별검사를 임명한다.

지금까지 총 15차례 특검이 도입됐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진형구 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의 취중 발언으로 촉발된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부인이 연루된 '옷 로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안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이 우리나라 특검의 시작이다.

이후 2001년 '이용호 게이트 사건', 2003년 '대북 송금 사건'과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 2005년 '유전개발 의혹사건',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과 '이명박 BBK 의혹사건', 2010년 '스폰서 검사 의혹사건', 2012년 '재보궐선거 사이버테러(선관위 디도스) 사건'과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사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2018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2022년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20년 '세월호참사 증거조작 의혹사건' 특검은 상설특검법에 따른 첫 특검으로 국회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꾸려졌다.

역대 특검법안들의 국회 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법안 발의는 주로 야당이 주도하고 여당은 반대하면서 매번 적지 않은 진통이 따랐다.

하지만 대다수가 국회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법안을 조율한 뒤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 출범한 '고 이예람 중사 특검'만 해도 야당의 법안 발의 후 여야가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10개월이 걸렸지만 만장일치로 특검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모든 특검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여야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었다.

[팩트체크] 국회 통과한 특검법안은 모두 여야 합의였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두고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과 다스 실소유 의혹에 무혐의 처분을 하자,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재수사를 위한 특검법안을 발의하고 한나라당은 결사 저지에 나서면서 정면충돌했다.

국회 본회의장 진입 과정에서 극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특검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없이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표결 직전 이명박 후보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타협이 이뤄지는 듯했으나, 여야 합의에 실패하자 한나라당이 수정안 제출을 포기하고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법안이 통과됐다.

이틀 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한나라당은 국회의 특검법 처리 과정에 위법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38일 간의 특검 수사 결과 모든 의혹에 대해 다시 한번 무혐의 처분을 받고서 2008년 2월 취임했으며, 10년 뒤 검찰 수사로 구속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팩트체크] 국회 통과한 특검법안은 모두 여야 합의였다?
특검 도입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해 무산된 사례도 적지 않다.

2005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 테이프인 '안기부 X파일'이 언론에 공개되자,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野)4당은 불법 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러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며 맞서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생기면서 법안 처리가 무산돼 특검은 불발됐다.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여야가 특검 도입에 합의하고 실무협상까지 했으나 수사 범위와 기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유야무야됐다.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두고도 국민의힘이 특검법안을 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수사요구안을 발의하며 수사 범위와 특검 형식을 놓고 대립해 공전을 거듭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