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레이더로 사고 감시…화장실 등 'CCTV 사각지대'도 커버
추석 연휴를 지나고 있는 한 요양원. 한 고령자가 화장실에서 몸을 잘못 가눠 바닥으로 넘어지자 관리자에게 알림이 간다. ‘CCTV 사각지대’인 화장실에서도 안전 사고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이유는 영상이 아니라 레이더 센서로 움직임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위치와 동작은 실사 영상 대신 간단한 픽토그램(그림문자)로만 보여준다. 고령자 등 보호 대상자의 자존감과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안전 사고를 실시간 관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율주행 레이더로 안전 사고 감지

12일 LG유플러스는 이같은 실시간 공간객체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플러스 스마트레이더’를 지난달 초 출시해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본격 나선다고 밝혔다. 레이더 센서와 모니터링 통합 플랫폼을 함께 내놨다.

LG유플러스는 재작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학교·요양원·돌봄센터 등에서 실증사업을 벌였다. 플랫폼은 이미징 레이더 기술을 보유한 스마트레이더시스템과 함께 개발했다.
자율주행 레이더로 사고 감시…화장실 등 'CCTV 사각지대'도 커버
이 서비스는 77기가헤르츠(㎓) 레이더 센서를 활용한다. 기존엔 차량 자율주행 분야에서 활용된 77㎓ 주파수를 실내 안전 관리로 상용화한 최초 사례다. 앞서 실내용으로 주로 쓰인 60㎓ 대역 주파수 센서에 비해 데이터 인식·분석 정확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전승훈 LG유플러스 스마트인프라사업담당(상무)은 “데이터 인식·분석 정확도가 약 98%”이라고 말했다. 그는 “CCTV는 사생활 보호를 하기 어렵고, 초음파 센서나 적외선 센서는 온도, 소리, 바람 등에 영향을 받는다”며 “반면 레이더는 어두운 환경, 연기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등에도 인체 움직임을 정확히 감지한다”고 덧붙였다.

레이더 플랫폼이라고 해서 거창한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로 13㎝, 세로 13㎝, 두께 3.5㎝ 기기를 설치하면 가로·세로 각 7m 범위 내에서 최대 다섯 명에 대해 동작을 감지할 수 있다. 높이 정보까지 3차원 데이터를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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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가 수집한 데이터의 노이즈를 제거한 뒤 이미지로 만들고, 이 이미지를 AI알고리즘이 분석해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하는 식이다. 보호 대상자가 별도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

낙상, 쓰러짐, 특정 영역 진입·이탈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한 경우엔 레이더 센서가 이를 감지해 종합감지 현황 플랫폼에 전송한다. 이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 관리자의 PC와 웨어러블기기로도 알림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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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상황 전후 동선이나 움직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단순 이동 중 나온 상황인지 실제 사고인지 등을 쉽게 따져볼 수 있다. 누워있는 자세에서 미동도 없을 경우에는 이상 징후로, 자세를 회복하는 움직임이 나올 때는 이상 징후가 아닌 것으로 보는 식이다.

노인돌봄·공공·안전분야 집중 공략…B2C는 이후에

LG유플러스는 수년 내로 이를 200억원 규모 사업으로 키우는 게 1차 목표다. 구독제로 사업을 운영한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센서 하나당 3년 약정 기준 월 구독 요금이 1만8900원선이다.

주로 네 개 분야를 먼저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노인·사회취약계층 돌봄 관리 △지역사회 공공시설 △학교시설 △건설현장과 국가안전시설 등이다. 실시간 안전 상황 감시가 꼭 필요하지만 CCTV를 활용하기 어려운 독거 고령자 집안이나 공용 화장실 등을 비롯해 공공기관, 학교 등에서도 쓸 수 있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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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는 이 플랫폼을 서울 지하철 8호선 역사 화장실에 설치해 시범 운영했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아직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사업 구상은 구체화하지 않았다. 전승훈 상무는 “내년께 아파트 단지에 B2B2C 형태로 센서를 들이는 안 정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서 LG유플러스 기업서비스개발랩장은 “사고 경우를 비롯해 사람이 방에 있는지 여부, 위치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고령화 시대에 선진형 복지정책을 구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어두울 때에도 특정 공간에 사람이 진입하거나 위험 영역에 가까이 가는 경우를 실시간 탐지해 알릴 수 있어 안전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접촉식으로 이상 징후를 감지·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고도화해 여러 산업 분야로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