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사용의 ‘법제화’까지 했다고 추석 연휴 도중에 발표했다. 핵무기에 대한 북한의 끝없는 집착과 야욕이 이제는 공식적 공격 무기로 자체 법에 명문화한 단계에 이르렀다. ‘핵무기 법령’에는 김정은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재래식 공격에도 핵으로 반격한다는 게 주요 내용으로 들어 있다. 이로써 북한은 거듭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실전배치를 넘어 발사 단추도 얼마든지 누르겠다는 의지까지 분명히 한 셈이다.

이 발표 직후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고 했지만 무언가 공허하게 들린다. 대통령이나 총리도, 통일부 장관 명의도 아닌 ‘외교부 당국자’ 명의였다. 그러면서 “대화와 외교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총체적인 접근을 흔들림 없이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추진’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들어온 말뿐인 구호였다. ‘대화와 외교’라는 방법론도 마찬가지다. 지난 정부는 그런 환상과 짝사랑 속에 실전배치가 가능할 정도의 5년 시간만 벌어준 채 무책임하게 물러났다.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의 지원 의지를 밝혔을 때도 조롱과 원색적 비난으로 대화의 문을 열지 않았다. 추석을 앞두고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이산가족 남북대화를 제의했지만 역시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다. 더 강고한 핵 위협이 응답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정도를 넘어 핵 군축 또는 군비 축소 협상으로 가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핵무기 사용의 법제화에 그런 측면이 있겠지만, 이런 해석에만 매몰돼 있어선 안 된다. 실전 응용되는 핵무기가 자체 요건에 따라 발사 가능한 상태로 우리 머리 위에 있다는 이 엄중한 사실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의 다음주 유엔총회 참석 일정도 북핵 문제에 맞춰져야 한다. 잠수함과 터널에 감춰진 이동식 발사체까지 동원되는 북핵의 치명적 위험과 김정은 집단의 기형적 리더십에 대한 국제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게 중요하다. 유엔 본회의의 대통령 연설에서는 북이 변하지 않는 한 제재 완화는 없다는 메시지도 재천명해야 한다. 보란 듯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게 얼마나 됐다고, 개성공단 재가동 운운하는 일각의 ‘낭만적 대북관’을 경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