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난민을 포용했던 각국 가정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이들을 내보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유럽을 덮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이후 6개월간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맞아들였다.

하지만 서방의 제재에 반발하는 러시아가 가스관을 걸어 잠그면서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고, 곧 닥쳐올 겨울나기에 위기감이 생기면서 환대 분위기에 상황이 급변했다.

난민을 위한 긴급 지원 프로그램에 예산을 편성했던 각국 정부는 긴축으로 돌아섰고, 자발적으로 의식주 지원에 동참했던 민간인들도 차츰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기 시작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더는 손님을 거둘 형편이 안 되는 이들 사이에서 퇴거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다른 어느 곳보다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폴란드에서조차 최근 설문조사 응답자의 62%가 "우크라이나인 수용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답할 정도로 여론이 바뀌었다.

게다가 인터넷 검색으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찾아내는 데에 익숙한 우크라이나 청년층과 영어나 외국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 사이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문제다.

가디언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조차 의료 및 교육 서비스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현지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지부터가 고민의 시작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