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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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달러의 약세와 러시아 원유의 수출 차단 가능성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11월물)은 전 장보다 1.3%(1.16달러) 오른 배럴당 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10월물)은 전 장보다 1.1%(0.99달러) 상승한 배럴당 87.8달러에 마감했다. WTI 선물 가격은 최근 3거래일 동안 7.13%(5.8달러) 올랐다.
<최근 한 달 동안 국제 유가 동향>
자료: 오일프라이스닷컴
<최근 한 달 동안 국제 유가 동향> 자료: 오일프라이스닷컴
이날 국제 유가가 상승한 원인 중 하나는 미국 달러 약세였다.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진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어서다. 미국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에서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원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시장에서는 이달 20~21일 열리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할 경우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이 된다.

그 동안 국제 유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반영됐다. 중국은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청두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는 고강도 정책을 펼쳐 왔다. 이는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어 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요국 중 하나기 때문에, 중국의 수요 감소 전망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에드 모야 오안다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면서 이날 달러 강세도 주춤해졌다”고 분석했다. 모야 애널리스트는 또 “중국의 식량 및 의약품 부족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곧 ‘제로 코로나’를 포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원유 공급이 여전히 경색된 상황에서 최근 국제 유가 낙폭이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접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도 공급 경색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침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옐런 장관은 원유 가격 상한제가 미래의 국제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마련된 조치라고 강조했다. EU는 12월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금수를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도 러시아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