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해바리기유 대체제로 떠올라 가격 더 뛰어
공급망 문제, 치솟는 에너지 가격도 영향
12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는 시장조사기관 민텍을 인용해 지난달 31일 스페인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의 가격이 킬로그램 당 3.93유로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5년 만에 최고치다.
2년 전인 2020년 8월 2.19유로였던 올리브유 가격은 8월 말까지 약 80% 상승했다. 소매 가격 상승도 가파르다. 네덜란드와 그리스에서는 7월 올리브유 소매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5%가량 상승했다.
각종 식물 기름을 생산하는 필리포베리오의 월터 잔레 영국지부 전무 이사는 "올리브유 산업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올리브유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부터 크게 뛰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해 해바라기유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로 올리브유가 대체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유의 원료인 해바라기씨 생산량 세계 1위 국가다. 전 세계 해바라기유 시장의 55%를 차지한다.
지난 6월에는 악천후를 이유로 다시 가격이 올랐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40도까지 치솟았다. 유럽 가뭄 관측소에 따르면 8월 초까지 무더운 더위와 강우량 부족으로 3분의 2에 달하는 유럽연합(EU) 지역이 가뭄 상태에 빠졌다. 국제올리브협회에 따르면 가뭄의 직격탄을 맞은 스페인은 세계 최대 올리브유 생산국이다. 지난해 전 세계 공급량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도 올리브유 주요 산지 중 하나다.
올리브 나무는 건조한 토양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럽 지역의 극심한 가뭄은 생산량을 감소시켰다는 분석이다. 카일 홀란드 민텍 곡물가격분석가는 "10월부터 시작되는 스페인 올리브 오일 수확량은 지난해 대비 33~38% 감소할 것"이라며 "가뭄은 너무 심각해 올리브나무들이 전혀 열매를 맺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과 치솟는 에너지 비용도 올리브유 가격을 밀어 올렸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올리브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마누엘 할손은 "(올리브 나무에 공급할) 물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전기 비용은 두배가 됐고 포장하기 위한 유리병은 40%가량 올랐다"며 "라벨, 뚜껑, 공장 운영 에너지 비용 등이 전방위적으로 치솟았다"고 했다.
향후 올리브유 가격 상승이 더 가파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는 공급업체와 소매업체 간 맺은 장기계약 덕분에 올리브유 가격이 크게 치솟지 않았지만 공급 계약을 갱신하는 향후 4개월 동안 가격이 크게 인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홀란드 분석가는 "8월 가격보다 향후 15%가량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올리브유 도매 업체인 아티잔올리브오일컴퍼니의 야신 아모르 이사는 "올리브 오일 0.5리터의 소매 가격이 다음 분기에 2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