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전기차배터리도 부품일 뿐" vs "이제 성장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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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애널리스트 “완성차가 가격협상 헤게모니 가져갈 것”
업계 관계자 “수주산업이라 과잉공급 안 나타나” “공급이 충분해진 이후까지를 장기적으로 보면 완성차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2차전지업체의 수익성이 회사채 수익률에 수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완성차업체들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 대부분 그랬습니다.”
지금은 완성차업체와 2차전지업체의 협상을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이 결정되지만, 결국엔 가격 협상의 헤게모니를 완성차업체가 차지하게 될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 A씨는 우려했다. 2차전지 생산설비가 급격하게 늘어날 예정이어서다. 결국 사업의 수익성이 현재 주식시장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이다.
하지만 A씨는 “지금은 완성차업체가 배터리 확보에 좀 급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서 “과거 완성차업체가 엔진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할 때는 엔진 제작 업체들의 마진을 보장해줬지만, 지금은 대부분 자체 생산을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드는 가운데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인 테슬라는 2차전지 업체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와중에 자체적인 배터리 생산을 추진 중이다. 독일 폭스바겐 역시 지분 20%를 보유한 스웨덴 노스볼트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고 있는 중국 BYD는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11%를 점유해 점유율 3위에 올랐다고 SNE리서치가 집계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글로벌 2차전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말 200기가와트시(GWh)에서 2025년 540GWh로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ATL도 최근 헝가리에 공장을 짓기 위한 10조원대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A씨는 “엄청난 양의 배터리 생산설비들이 가동되기 시작하고 품질도 상향평준화돼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을 때, 완성차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낼 것"이라며 산업이 성숙한 뒤 내연기관차 부품업체들이 취하게 된 영업이익률이 회사채 금리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미 2차전지업계 내에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A씨는 귀띔했다. 그는 “최근 2차전지업체가 새로운 인력을 많이 채용하고 있지만, 나가는 사람도 있다”며 “그들에게 왜 떠나는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돈 안 되는 사업’이라 답한다”고 전했다.
다만 업황이 좋을 때의 메모리반도체처럼 영업이익률 20~30% 수준의 수익성을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환경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은 수주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수주산업이라는 점 때문에 화끈한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메모리반도체 산업계가 과점 상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거쳤던 ‘치킨게임’을 피할 수 있다고 B씨는 설명했다.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최근 2차전지업계의 공격적인 증설은 상당수가 이미 수주가 이뤄진 물량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공장을 지을 때부터 거기서 생산될 배터리를 가져갈 완성차업체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6월말 기준 수주잔고가 310조원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후 일본 혼다로부터 추가 수주를 따냈다. SK온의 작년 말 기준 수주잔고도 약 220조원으로 전해진다.
완성차업체의 독자적인 배터리 내재화 시도에 대해서도 B씨는 “2차전지업체도 새로 지은 공장의 수율과 가동률 문제로 난항을 겪기도 한다”며 “배터리 제조업이라는 게 진입이 굉장히 어렵다.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배터리 내재화에 나서는 완성차업체 대부분이 2차전지업체와의 합작법인을 만들어 공장을 짓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마켓PRO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투자판단을 위한 참고자료 입니다. 투자판단의 최종 책임은 정보 이용자에게 있습니다.
애널리스트 “완성차가 가격협상 헤게모니 가져갈 것”
업계 관계자 “수주산업이라 과잉공급 안 나타나” “공급이 충분해진 이후까지를 장기적으로 보면 완성차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2차전지업체의 수익성이 회사채 수익률에 수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완성차업체들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 대부분 그랬습니다.”
지금은 완성차업체와 2차전지업체의 협상을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이 결정되지만, 결국엔 가격 협상의 헤게모니를 완성차업체가 차지하게 될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 A씨는 우려했다. 2차전지 생산설비가 급격하게 늘어날 예정이어서다. 결국 사업의 수익성이 현재 주식시장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배터리 공급 충분해지면 완성차업체 발톱 드러날 것"
이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납품 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았다. 내연기관차는 부품 수가 2만개에 달하지만, 전기차는 그 10분의1인 2000개 수준에 그치는 만큼 부품 공급업체도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렸다. 실제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광물인 코발트 가격이 2년여만에 3배로 치솟아 톤(t)당 9만5000달러까지 치솟은 2018년 10월 이후 2차전지업체와 완성차업체는 금속 가격과 배터리 공급 단가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기존 계약을 바꾸기까지 했다.하지만 A씨는 “지금은 완성차업체가 배터리 확보에 좀 급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서 “과거 완성차업체가 엔진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할 때는 엔진 제작 업체들의 마진을 보장해줬지만, 지금은 대부분 자체 생산을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드는 가운데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인 테슬라는 2차전지 업체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와중에 자체적인 배터리 생산을 추진 중이다. 독일 폭스바겐 역시 지분 20%를 보유한 스웨덴 노스볼트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고 있는 중국 BYD는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11%를 점유해 점유율 3위에 올랐다고 SNE리서치가 집계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글로벌 2차전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말 200기가와트시(GWh)에서 2025년 540GWh로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ATL도 최근 헝가리에 공장을 짓기 위한 10조원대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A씨는 “엄청난 양의 배터리 생산설비들이 가동되기 시작하고 품질도 상향평준화돼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을 때, 완성차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낼 것"이라며 산업이 성숙한 뒤 내연기관차 부품업체들이 취하게 된 영업이익률이 회사채 금리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미 2차전지업계 내에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A씨는 귀띔했다. 그는 “최근 2차전지업체가 새로운 인력을 많이 채용하고 있지만, 나가는 사람도 있다”며 “그들에게 왜 떠나는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돈 안 되는 사업’이라 답한다”고 전했다.
배터리업계 “현재가 수익성 별로…이제 좋아질 차례”
이에 대해 2차전지업계 관계자 B씨는 지금은 수익성이 좋아지는 초입구간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금속 가격 상승에 더해 설비투자도 계속하는 상황이라 현재 수익성이 좋지 않다”면서도 “전기차 시장이 커진다는 건 아무도 반박하지 못한다. 그럼 배터리를 공급하는 2차전지업체들의 매출과 이익도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경쟁자도 많지만, 결국 상위업체 중심의 과점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다만 업황이 좋을 때의 메모리반도체처럼 영업이익률 20~30% 수준의 수익성을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환경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은 수주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수주산업이라는 점 때문에 화끈한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메모리반도체 산업계가 과점 상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거쳤던 ‘치킨게임’을 피할 수 있다고 B씨는 설명했다.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최근 2차전지업계의 공격적인 증설은 상당수가 이미 수주가 이뤄진 물량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공장을 지을 때부터 거기서 생산될 배터리를 가져갈 완성차업체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6월말 기준 수주잔고가 310조원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후 일본 혼다로부터 추가 수주를 따냈다. SK온의 작년 말 기준 수주잔고도 약 220조원으로 전해진다.
완성차업체의 독자적인 배터리 내재화 시도에 대해서도 B씨는 “2차전지업체도 새로 지은 공장의 수율과 가동률 문제로 난항을 겪기도 한다”며 “배터리 제조업이라는 게 진입이 굉장히 어렵다.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배터리 내재화에 나서는 완성차업체 대부분이 2차전지업체와의 합작법인을 만들어 공장을 짓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마켓PRO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투자판단을 위한 참고자료 입니다. 투자판단의 최종 책임은 정보 이용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