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며 모처럼 반등한 미국 증시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물가 상승폭이 완화된다면 비교적 완만한 하락세를 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美 기업 이익성장률 6%P ‘뚝’

미국 증시 모처럼 반등했지만…낮아진 '실적 전망'이 발목잡나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6월 말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9.8%에 비해 6.1%포인트가량 낮아졌다. 통상적인 이익 전망치 조정보다 더욱 낙폭이 크다는 게 팩트셋의 분석이다. 연간 기준 순이익 증가율도 6월 말 9.5%에서 7.9%로 줄어들었다.

증시가 침체되면서 기업들의 전반적인 주가수익비율(PER)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은 16.8배로 5년 평균치인 18.6배, 10년 평균치인 17.0배에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증시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긴축성향 발언으로 하락세를 이어왔지만 증시 낙폭이 지나치게 컸고, 물가 상승세가 고점을 지날 것이란 기대가 퍼지면서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이달 6일부터 12일까지 각각 5.17%, 6.25% 상승했다.

그러나 기업 이익 감소가 모처럼 반등한 증시를 끌어내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분석업체 칼크벤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73개 회사가 연간 매출 또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이던스)를 하향하거나 기존 대비 이익전망치 범위를 좁혀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2분기 23개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경기침체’를 언급한 S&P500 내 기업 수도 240개로, 201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브 그렉섹 아스피리언트 투자전략담당 이사는 “이미 둔화하는 경제, 높은 물가상승률, 긴축에 착수한 Fed가 ‘불편한 조합’을 보이고 있다”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도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EPS 하향 조정 본격화할 것”

전문가들은 경기 악화가 증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르면 앞으로 2~3개월 동안 EPS 하향 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 CIO도 미 증시가 곧 침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마이너드 CIO는 “최근 며칠 동안의 강세를 보면 투자자들이 거시적 배경,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기가 이미 침체기에 들어섰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WSJ는 투자자의 우려보다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홈디포는 지난달 기록적인 2분기 이익과 매출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월마트, 크로거 등도 월가 예상 대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물가 상승폭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증시 침체가 오더라도 S&P500지수가 6월 연저점(3636.87)보다 낮아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이슨 헌터 JP모간 수석전략가는 “만약 약세로 접어든다면 3721~3790선 사이에서 바닥을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