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넥스 약물 전달기술에 사노피 '러브콜'
유전자 치료제 개발업체 레모넥스가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에 대한 물질이전계약(MTA)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체결했다.

원철희 레모넥스 대표(사진)는 13일 “원천기술로 개발한 약물전달 플랫폼 ‘디그레이더볼’이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많은 사노피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그레이더볼은 이산화규소(SiO2)를 주성분으로 한 3차원 나노입자다. 레모넥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민달희 서울대 화학과 교수가 개발했다. 골프공과 비슷한 모양으로 속이 비고 겉엔 구멍이 뚫린 구조다. 유전자 치료제 외에도 다양한 약물을 넣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레모넥스가 사노피와 체결한 물질이전계약은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계약 등 ‘빅딜’에 앞서 검증하는 단계다.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번 계약은 지식재산권(IP)에 대한 논의가 상당 부분 이뤄진 뒤 체결된 만큼 본계약 성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레모넥스 측은 기대하고 있다. 원 대표는 “2주에 한 번씩 열린 온라인 미팅을 통해 사노피가 디그레이더볼 기술을 철저히 검증했다”고 말했다.

디그레이더볼에 대한 양사의 논의는 지난해 6월에 열린 ‘바이오USA’에서 시작됐다. 원 대표는 “디그레이더볼을 적용한 리보핵산(RNA) 신약 후보물질(LEM-S401)이 임상 1상에 진입한 뒤 계약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에 앞서 진행한 독성평가 등에서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사노피가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유전자 치료제 약물전달체는 모더나와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에 사용한 지질나노입자(LNP)와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다. LNP는 특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혈전 등 부작용이 있다. AAV는 반복 투여가 어려운 게 한계다.

원 대표는 “디그레이더볼은 혈전 부작용이 없고, 체내 면역반응을 활성화(부스팅)하는 특성이 있어 백신 개발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반복 투여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레모넥스는 최근 자체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LEM-mR203)의 독성평가를 마쳤다. 이르면 연내 코로나19 유행종에 대한 추가접종(부스터) 백신으로 임상 1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