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충북 청주에 있는 LS일렉트릭 공장 G동(사진)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고해상도 카메라를 단 로봇팔이 쉴 새 없이 제품 성능과 외형의 하자 여부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이 공장에선 LS일렉트릭의 주력 제품인 저압차단기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로봇팔이 저압차단기 품질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1.5초. 부품을 들여와 조립과 생산, 포장까지 모든 공정이 사람 개입 없이 무인(無人)으로 이뤄지는 차단기 불량률은 100만 개 중 4~5개꼴에 불과하다. 로봇팔이 다각도로 순식간에 촬영한 7개의 제품 사진을 딥러닝과 인공지능(AI) 기술로 정밀 분석한 결과다.

LS일렉트릭 청주사업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뽑은 ‘등대공장’ 중 한 곳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청주사업장 G동 1층에선 주력 제품인 저압차단기가, 2층에선 두꺼비집으로 불리는 개폐기가 만들어진다. 연간 생산 규모는 각각 2600만 대, 1200만 대다. 제품 생산이 이뤄지는 동안 전체 25개 공정에 단 한 번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 공정마다 설치된 자동화 기기인 PLC(설비자동제어장치) 덕분이다. 제품 생산 현황과 출고 계획 및 실적 등이 표시돼 직원들은 라인 앞 모니터를 통해 이를 확인하면 된다. 과거 10명가량 근무해야 했던 라인에는 현재 1~2명의 인원만이 배치돼 있다.

제품 생산도 100% 로봇의 몫이다. 공정마다 필요한 부품과 완성된 제품을 운반하는 역할은 자율주행로봇인 무인운반차(AGV)가 맡는다. 층마다 비치된 수십 대의 AGV는 프로그래밍이 된 명령에 따라 부품을 각 라인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AGV가 전달한 부품은 로봇이 이를 집게로 집어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리고 내리며 생산과 포장을 마치는 방식이다. 딥러닝과 AI로 최종 품질 관리까지 마치면 AGV가 운반하고, 이를 로봇팔들이 크기별로 나눠 분류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평균 10.8초 만에 차단기 1개가 만들어진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구현 전과 비교하면 생산성 측면에서 설비 대기 시간은 절반으로 줄었고 생산성은 60% 이상 확대됐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은 청주사업장이 자동화 공장을 넘어 데이터 기반 지능형 공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문부터 생산 계획, 자재 발주는 하루 50만 개의 데이터가 쌓인 APS(수요예측 시스템)를 통해 이뤄진다. LS일렉트릭은 2024년부터 현장에서 작업자가 아예 필요 없는 수준의 스마트공장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청주=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