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4년부터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법률에 명시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2020년(5.8%)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재정적자 비율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급속히 빨라진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그대로 방치하면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준칙을 만들어 법제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적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구체적인 적용 기준과 시행 시기를 확정해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우선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의 하한선을 -3%로 설정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재정수입에서 재정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 요인까지 제거한 재정수지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말 49.8%로 예상되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하면 관리재정수지 비율 하한선을 -2%로 더 강화하는 방안도 재정준칙에 담기로 했다.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 10월에도 재정준칙을 내놓았지만 국회를 설득하지 못해 시행이 무산됐다. 당시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수치와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수치의 곱셈값이 1 이하가 돼야 한다는 등의 복잡한 산식으로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재정준칙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의 또 다른 차이점은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지 여부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준칙은 재정수지 적자한도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규정하고 유예 기간을 3년이나 설정해 도입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구체적 재정수지 적자한도를 법률에 규정해 구속력을 강화하고 법이 통과된 이후 가장 먼저 편성하게 될 2024년도 예산안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전년도에 다 쓰지 못한 예산인 세계잉여금을 국가채무 상환에 더 많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세계잉여금의 약 40%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급한 뒤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하고 남은 돈의 ‘30% 이상’을 국가채무를 갚는 데 써야 하는데, 앞으로는 ‘50% 이상’으로 기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확장적 재정 운용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의 재정준칙 제정 및 세계잉여금 채무상환 확대 방안이 법제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