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려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미국 국경과 인접한 멕시코에 둥지를 틀고 있다. 고율 관세 없이 미국 시장에 수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급망 단축 효과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멕시코 북부 오푸산공업단지가 중국 제조업체들의 거점이 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미국의 남쪽 국경과 가까운 이곳엔 10여 개 중국 회사가 세운 공장들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 2018년부터 중국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오푸산공단 관계자는 “2년 안에 중국 업체가 세 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이곳에서 무(無)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멕시코가 미국·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덕분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중국에서 생산한 의자를 미국에 수출하면 25%의 관세가 붙지만 멕시코에서 만들면 관세가 없다. 멕시코에선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인한 공급망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작다.

최근에는 중국 내 인건비가 올라 중국에 남아 있어야 할 유인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제품업체 하이센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항저우XZB테크, 가구업체 쿠카홈 등 중국 기업들이 오푸산공단에 자리잡은 배경이다. 사이먼 황 쿠카홈 매니저는 “미국과 좋은 거래를 하려면 미국 시장과 가까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6년 1억5400만달러(약 2140억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듬해 2억7100만달러로 76% 급증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는 5억달러로 불어났다.

일부 멕시코 지역은 세금 혜택을 내세워 중국 기업 유치에 나섰다.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 급여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거나 미국 국경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