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古書의 거목' 여승구 화봉문고 대표 별세
국내 최고의 고서 수집가로 우리 책 문화를 널리 알려온 여승구 화봉문고 대표가 14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1955년 광주고를 졸업한 뒤 서울의 한 고서점에서 일하며 책과 인연을 맺었다. 중앙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그는 서점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했다. 고인은 1963년 화봉문고의 전신인 팬아메리칸서비스를 설립하며 외국 학술 잡지나 서적,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975년 독서 운동지 월간 ‘독서’를 발행하는 등 출판업도 겸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고인은 국내 고서 문화 발전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1982년 회사 창립 20주년을 맞아 ‘서울 북 페어’를 열어 총 여덟 차례 행사를 했다. 훗날 이 박람회를 계기로 고서 수집의 길로 나아가게 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

고인은 1980년대 이후 ‘고서동우회’ ‘한국고서협회’ ‘한국애서가클럽’ 등에서 활동하며 근현대 시집, 잡지 희귀본, 각종 초간본 등 다양한 고서를 수집했다. 또 ‘고서 경매전’을 열어 한국 고서 경매의 길을 개척했다.

2000년대 들어 고인은 책 박물관을 개관하며 책 문화를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2004년 화봉책박물관 개관 당시 20여 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모은 장서를 선별한 기획전 ‘세상에서 제일 큰 책, 세상에서 제일 작은 책’을 선보였다. 당시 그는 한국 문화 가운데 출판인쇄 문화를 으뜸으로 여기며 책 박물관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6일, 장지는 전남 담양 선산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