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과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사실상 파업 불참을 선언하면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아 ‘귀족 노조’로 불리는 은행원들의 파업에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가 16일 1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대형 사업장인 시중은행 노조의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등이 속한 금융노조 NH농협지부는 지역위원장과 집행 간부 등 100여 명만 참여할 계획이다. NH농협지부 전체 조합원이 1만5000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파업 참여율이 1%에도 못 미친다. 조합원이 1만여 명인 우리은행 역시 노조 간부 80~100명 정도만 파업에 참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100명가량의 노조 대의원 위주로 파업에 동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국민은행 노조는 전국 856개 영업점 분회장을 중심으로 파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 파업 참가자 수는 수백 명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권에선 보고 있다. 이는 2016년 금융노조 총파업 당시 주요 시중은행 참여율(2.8%)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중은행 노조의 빈 자리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메울 전망이다. 민간과 경쟁하는 유사 및 중복 업무를 축소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혁신안에 반발하고 있는 기업은행 노조는 5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서울 본점의 부산 이전에 반발하고 있는 산업은행 노조도 전체 조합원의 90%인 2000여 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노조는 당초 2만 명이었던 파업 참가 인원 목표치를 1만 명으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은 상태다.

금융노조는 시중은행의 저조한 참여율을 의식한 듯 국책은행 노사 이슈에 힘을 실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열린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에 반대할 것을 서울 시민에게 호소하겠다”며 “정부는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 강요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와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15일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 대표자 협상을 한다는 방침이어서 막판 협상 타결 가능성도 있다. 사측은 기존 임금 인상안(1.4%)보다 높은 1.9% 인상안을 제시했고, 금융노조도 임금 인상 요구안을 당초 6.1%에서 5.2%로 낮췄다.

김보형/이소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