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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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세가 더 오래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 증시가 폭락했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1%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향해 갈 전망이다.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회복한지 하루 만에 다시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코스피 전일 상승폭 반납할듯

14일 국내 증시에서도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일 급등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는 하루 만에 전일 상승폭을 반납하며 2% 이상 급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일 국내 증시는 연휴기간 중 대외 호재 속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동반 순매수에 힘입어 2%대 급등(코스피 +2.7%, 코스닥 +2.4%)했으나, 이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에 따른 미국 증시 패닉셀링 영향을 받아 상승분을 되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의 피크아웃에 대해 여전히 시장은 의심을 하고 있고 미국의 긴축 기조는 더욱 가팔라 질 것이러는 우려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물가 충격으로 다시금 어려운 시장이 전개되겠지만 가장 큰 우려요인이었던 에너지, 중고차 가격은 확실히 피크아웃했다는 점에서 투매보다는 보유 관점의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도 패닉셀링이 출현할 소지는 있지만, 이에 동참하기 보다는 9월 FOMC까지 적극적인 포지션 변경은 유보한다는 전략으로 금일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업종 관점에서는 전일 4% 넘게 급등한 반도체를 포함해 금리 변화에 민감했던 성장주들의 단기 하방 압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미국 증시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주, 경기 방어주들이 선방했음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주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가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393.32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19원 상승 출발, 코스피는 2%대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낙폭을 계속 확대하기 보다는 달러화 추이와 중국 증시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증시 2년만에 최대 폭락

미국 증시는 2년 만에 최대 폭락세를 보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이언트 스텝이 당분간 이어지고, 이번 회의에서 1%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투매 물량이 쏟아졌다. 13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1276.37포인트(3.94%) 급락한 3만1104.97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77.72포인트(4.32%) 떨어진 3932.69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632.84포인트(5.16%) 폭락한 1만1633.57로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CPI 발표 이후 9월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보다 더 강한 긴축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고강도 긴축이 11월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0bp 이상 오른 3.79%까지 상승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9bp 이상 오른 3.45%까지 상승했다. 둘 간의 금리 스프레드는 30bp(=0.30%포인트)로 확대됐다. 단기 국채금리가 장기 금리를 웃도는 경기 침체의 신호가 더욱 심화한 셈이다.

금리 급등세에 반도체주와 대형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이 모두 5~7% 이상 하락했다. 엔비디아와 메타 플랫폼스의 주가는 9% 이상 폭락했다. 테슬라의 주가도 4% 이상 밀렸다. 인텔과 넷플릭스, 퀄컴의 주가도 6~7% 이상 급락했다.

■ 美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 무너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발표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이제 시장은 연준이 9월 금리인상 폭을 최소 0.75%포인트부터 고려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꺼번에 1%포인트를 올릴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서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3% 올라 전문가 전망치 8.0%를 상회한 것이 발단이 됐다. 최근 유가 하락에 힘입어 물가상승률이 뚜렷하게 둔화할 수도 있다는 시장의 예상이 깨진 것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3%,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이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9월 FOMC에서 75bp 인상으로 기정사실화되고 있었지만, CPI 발표 이후 100bp 금리인상 확률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울트라스탭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며 "100bp 인상 확률은 기존 0%에서 33%로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 유가, 달러 강세에 4거래일만에 하락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7센트(0.54%) 하락한 배럴당 87.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오른 후 4거래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소비자물가 지표에 고강도 긴축 우려가 강화되며 달러화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이 비싸져 원유 수요를 억제한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경기침체 위험을 높이는 점은 원유 수요에도 부정적이다. 이란과 서방의 핵 합의 타결 가능성이 줄어든 점은 유가에 하단을 지지했다.

■ 미.중 갈등 향방은

미국 상원에서 미국의 대(對)대만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만정책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되는 가운데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상원의 대만정책법안 심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행정부 내 입법 담당자들이 의회와 법안에 대해 논의 과정에 있다"면서 "그것은 (의회에서) 제안된 법안이기 때문에 앞서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는 대만에 대한 지원과 관여를 심화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면서 "일주일여 전에 대만에 대한 10억달러(1조3900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가 발표됐는데 이는 대만에 주로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대만이 유럽연합(EU)에 중국의 대만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대 중국 제재를 논의하는 초기 단계라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