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미중 무역의 끝,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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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이번에 글로벌 무역전쟁의 이슈들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을 모색해보는 책, ‘트레이드워’를 냈다. 이 책을 쓰면서 우리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하여 오해하는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주된 이슈는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이 더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은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무역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평가였다. 그리고 그 평가의 기준은 WTO의 규범이다.
WTO(세계 무역기구)는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을 추구하는 기관이다. WTO는 흔히“자유 무역”기구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용어가 전적으로 정확한 것은 아니다. WTO 체제 자체는 관세뿐만이 아니라, 일부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다른 보호 형태도 허용한다. 따라서 WTO 체제를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자유롭고, 공정하며 왜곡되지 않은 경쟁을 추구하는 규범체제의 집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최혜국대우(MFN) 및 내국민대우라는 비차별 원칙에 대한 규범은 공정한 무역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 덤핑(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과 보조금에 대한 규범들도 그렇다. 이러한 이슈들은 복잡하다. 그리고 그 규범들은 무엇이 공정하고 무엇이 공정하지 않은지 또 불공정한 무역에 의해 발생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WTO가 세계무역의 자유화를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 무역의 자유화에 대해서는 WTO가 전혀 기여하지 못해 미국의 불만을 샀다. 미국은 이러한 문제가 생긴 이유를 2001년 WTO 회원국으로 가입한 중국이 개도국이라는 이유로 무역 자유화등을 포함해서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국은 전 세계의 무역 자유화를 증진시키지도 않을뿐더러 공정하게 무역을 하고 있지도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의 가장 큰 이슈가 ‘자유무역’이 아닌 ‘공정무역’이라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정무역은 자유무역의 전제이지만 동시에 그 운용은 보호무역적인 두 얼굴을 가진다. 공정한 경쟁 환경(level-playing-field)이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공정하지 않다. 이러한 불합리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서는 상호주의를 명목으로 산업별 수입규제조치가 취해지는 등 보호무역주의적으로 운용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공정무역은 국제통상환경과 국내외 정치환경에 따라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어느 쪽과도 결합 가능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공정무역’은 경제학적 논리에 기초하지 않은 다분히 상대적이고 정치경제적인 개념으로 자의적으로 운용될 경우 오히려 무역을 저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공정무역 개념은 쌍무적인 차원에서 균형적인 거래를 보장받고자 사용되기도 하고, 개발도상국들이 적절한 수출을 보장받고자 사용하기도 하며, 외국의 불공정관행을 공격하는 통상압력의 근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현재 무역전쟁의 양상을 보면 미국은 중국에 대하여 동등한 상태에서의 공정한 경쟁과 무역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자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미명하에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간의 공정무역을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식의 자유무역과 중국식의 공정무역이 미국과의 무역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역체계인 WTO를 망가트렸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WTO가입하면서 체결했던 여러 가지 공정무역을 위한 협정들에 대한 약속을 거의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WTO를 탈퇴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니까 중국 공산당은 수출을 통한 개방무역의 이득은 지키면서 외국 제품의 수입은 막는 중상주의적, 공산주의적 통제경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WTO는 미-중 양국간 무역전쟁에서 명분싸움의 주된 바탕인데, WTO는 미국의 자유. 민주, 자본 주의 체제적인 규범인데, 공산, 중화, 독재적인 중국으로서는 WTO규범을 지킨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을 중국 공산지도자들은 알았다. 이를 이제는 미국에서도 알았고, 이에 대한 격분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같다. 실제로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회는 트럼프대통령이 중국과의 미중 무역전쟁에서 적당히 타협을 할까봐, 대중 협상결과를 의회에 보고하고 인증받아야 하는 법을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이제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려면 미국 대통령 1명은 물론이고 535명의 미국 상하의원들도 설득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적극적 타협안을 제시하기 전까지 미중 무역전쟁의 종결은 불가능하다.
대신에 양국은 대안을 찾고 있다. 중국은 내수진작을 통한 독자적인 경제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는 반면에 미국은 중국 이외의 생산기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베트남, 인도, 동유럽과 중남미가 유력하다. 물론 각각의 나라들은 장단점이 있어 하루아침에 중국이 다른 나라로 100%대체되지는 않겠지만, 단지 20-30%만 생산량이 다른 곳으로 이전되기만 해도 중국은 큰 타격을 입는다. 무역에서 사는 사람은 파는 사람을 대체할 수있지만, 파는 사람은 사는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 그게 우리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끝을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WTO(세계 무역기구)는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을 추구하는 기관이다. WTO는 흔히“자유 무역”기구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용어가 전적으로 정확한 것은 아니다. WTO 체제 자체는 관세뿐만이 아니라, 일부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다른 보호 형태도 허용한다. 따라서 WTO 체제를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자유롭고, 공정하며 왜곡되지 않은 경쟁을 추구하는 규범체제의 집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최혜국대우(MFN) 및 내국민대우라는 비차별 원칙에 대한 규범은 공정한 무역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 덤핑(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과 보조금에 대한 규범들도 그렇다. 이러한 이슈들은 복잡하다. 그리고 그 규범들은 무엇이 공정하고 무엇이 공정하지 않은지 또 불공정한 무역에 의해 발생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WTO가 세계무역의 자유화를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 무역의 자유화에 대해서는 WTO가 전혀 기여하지 못해 미국의 불만을 샀다. 미국은 이러한 문제가 생긴 이유를 2001년 WTO 회원국으로 가입한 중국이 개도국이라는 이유로 무역 자유화등을 포함해서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국은 전 세계의 무역 자유화를 증진시키지도 않을뿐더러 공정하게 무역을 하고 있지도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의 가장 큰 이슈가 ‘자유무역’이 아닌 ‘공정무역’이라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정무역은 자유무역의 전제이지만 동시에 그 운용은 보호무역적인 두 얼굴을 가진다. 공정한 경쟁 환경(level-playing-field)이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공정하지 않다. 이러한 불합리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서는 상호주의를 명목으로 산업별 수입규제조치가 취해지는 등 보호무역주의적으로 운용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공정무역은 국제통상환경과 국내외 정치환경에 따라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어느 쪽과도 결합 가능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공정무역’은 경제학적 논리에 기초하지 않은 다분히 상대적이고 정치경제적인 개념으로 자의적으로 운용될 경우 오히려 무역을 저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공정무역 개념은 쌍무적인 차원에서 균형적인 거래를 보장받고자 사용되기도 하고, 개발도상국들이 적절한 수출을 보장받고자 사용하기도 하며, 외국의 불공정관행을 공격하는 통상압력의 근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현재 무역전쟁의 양상을 보면 미국은 중국에 대하여 동등한 상태에서의 공정한 경쟁과 무역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자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미명하에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간의 공정무역을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식의 자유무역과 중국식의 공정무역이 미국과의 무역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역체계인 WTO를 망가트렸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WTO가입하면서 체결했던 여러 가지 공정무역을 위한 협정들에 대한 약속을 거의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WTO를 탈퇴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니까 중국 공산당은 수출을 통한 개방무역의 이득은 지키면서 외국 제품의 수입은 막는 중상주의적, 공산주의적 통제경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WTO는 미-중 양국간 무역전쟁에서 명분싸움의 주된 바탕인데, WTO는 미국의 자유. 민주, 자본 주의 체제적인 규범인데, 공산, 중화, 독재적인 중국으로서는 WTO규범을 지킨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을 중국 공산지도자들은 알았다. 이를 이제는 미국에서도 알았고, 이에 대한 격분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같다. 실제로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회는 트럼프대통령이 중국과의 미중 무역전쟁에서 적당히 타협을 할까봐, 대중 협상결과를 의회에 보고하고 인증받아야 하는 법을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이제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려면 미국 대통령 1명은 물론이고 535명의 미국 상하의원들도 설득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적극적 타협안을 제시하기 전까지 미중 무역전쟁의 종결은 불가능하다.
대신에 양국은 대안을 찾고 있다. 중국은 내수진작을 통한 독자적인 경제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는 반면에 미국은 중국 이외의 생산기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베트남, 인도, 동유럽과 중남미가 유력하다. 물론 각각의 나라들은 장단점이 있어 하루아침에 중국이 다른 나라로 100%대체되지는 않겠지만, 단지 20-30%만 생산량이 다른 곳으로 이전되기만 해도 중국은 큰 타격을 입는다. 무역에서 사는 사람은 파는 사람을 대체할 수있지만, 파는 사람은 사는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 그게 우리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끝을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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