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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올리 부사장, CPI 쇼크 하루 전에 “공격적 긴축 압력 지속”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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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달러 강세가 당분간 더 지속되고, 이는 다국적 대기업과 신흥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흥국보다 미국 주식시장에, 미국 시장 내에서는 자국 기반 수익이 많은 경기방어업종에 각각 관심을 가지라고 제안했다.

BoA의 부사장 겸 투자전략가인 에밀리 아비올리는 최근 발간한 주간 보고서를 통해 “최근 달러인덱스가 20만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통화 긴축 정책 선호론자)적 태도,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 둔화, 위험회피 증가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 발행 시점은 예상보다 더 높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발표되기 하루 전이었다. 미국의 물가가 정점을 찍고 빠르게 하락해 Fed의 긴축적 태도도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부풀어 있던 때 아비올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수십 년만의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은 역사적으로 여전히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Fed가 계속해서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펼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3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으로 상승률 둔화는 두달째 이어졌지만, 시장 기대치 8.1% 상승은 웃돌았다. 특히 전월 대비 근원물가(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품목들의 물가) 상승률은 0.6% 상승으로 예상치 0.3% 상승의 두배에 달했다. 이에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스텝'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달러 가치의 강약을 가늠하기 위해 비교 대상이 되는 통화들이 더 약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아비올리는 “유로화 가치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 패리티(1대1) 아래로 떨어졌으며,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경기 침체 위험은 추가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일본 엔화는 일본은행이 비둘기파(통화 완화 정책 선호론자)적 자세를 유지하는 데 따라 1998년 이후 달러화 대비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위안화 역시 경기 부양정책, 부동산 부문에 대한 우려 증가, 경제 전망 약화 등에 직면한 상태라고 아비올리는 덧붙였다.

달러 강세의 영향은 양면적으로 분석됐다.

우선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가격을 더 저렴하게 만들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혔다.

반면 수출이 많은 다국적기업의 수익성 악화,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인플레이션 심화, 외환 사정이 취약한 신흥국 및 달러 표시 부채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외환보유고가 감소하는 국가의 통화 불안 등을 아비올리는 우려했다.

그는 “달러 강세는 (미국을 제외한) 선진시장 및 신흥시장 주식보다 미국을 선호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BoA는 우량주와 미국 내에서 수입을 올리는 경기방어업종에 대한 노출을 계속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