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약벤처 아케로 테라퓨틱스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 에프룩시페민(EFX)의 임상 2b상을 성공했다.

아케로는 섬유증 2기 또는 3기 NASH 환자 128명을 대상으로 한 2b상(HARMONY)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다고 13일(미국 시간) 발표했다. 1차 평가지표 달성은 통상적으로 임상시험 성공을 의미한다. 이번 임상의 1차 평가지표는 지방간염(염증) 악화 없는 간섬유증의 개선이었다.

아케로는 EFX를 투약한 2개 실험군(50㎎ 및 28㎎) 모두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으며, 임상시험을 진행한 24주 동안 지방간염 악화 없이 간 섬유증이 최소 1단계 이상 개선됐다고 밝혔다. EFX 50㎎ 투약군에서는 환자 중 41%가, 28㎎ 투약군에서는 환자 중 39%가 간 섬유증이 최소 1단계 개선됐다. 위약군에서는 20%에서만 간섬유증 1단계 개선이 확인됐다.

2차 평가지표로 설정한 지방간염 개선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능을 보였다. 50㎎ 및 28㎎를 투약받은 환자 중 76% 및 47%에서 섬유증 악화 없이 염증이 완화됐다. 위약군에서는 15%만이 염증 문제가 개선됐다.

아케로 관계자는 “이번 임상에서 관찰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은 지금까지 NASH 관련 임상에서 보고된 가장 강력한 효능 결과 중 하나”라며 “EFX가 간섬유화(1차 평가지표)뿐 아니라 지방간염(2차 평가지표)까지 NASH의 핵심적인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2a상과 2b상에서 나타난 효능의 일관성은 임상 3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덧붙였다.

<임상 2b상 HARMONY 주요 결과>
두 마리 토끼 잡은 NASH 신약 나오나…아케로, 임상 2b상 성공
EFX는 ‘섬유아세포 성장인자21(FGF21)’의 생물학적 활성을 모방한 효능제다. 간섬유화는 간세포가 받는 스트레스 및 죽음, 면역세포 활성으로 인한 염증반응 증가, 이로 인한 근섬유아세포 분화 증가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EFX는 간세포 스트레스 저하 및 면역세포의 활성화 억제, 근섬유아세포 분화 억제 기전을 통해 간섬유화를 막는다는 것이 아케로 측의 설명이다.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지단백질을 개선해 간지방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EFX는 주 1회 피하주사로 투약한다.

EFX는 염증과 간섬유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음으로서 미국 및 유럽 승인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ASH 질환에 대한 미충족 수요로 염증과 간섬유증 중 한 가지만 해결해도 신약 승인을 하겠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달리 유럽의약품청(EMA)은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결과를 발표한 뒤 아케로의 주가는 12.27달러에서 29.05달러로 136.8% 폭등했다.

유한양행·원진바이오, FGF21 작용제 개발

NASH 치료제 개발은 체중 감량에 방점을 둔 ‘GLP-1’과 염증 조절에 집중한 FGF21로 크게 양분돼 있다. 하지만 지난달 화이자가 GLP-1 기반 NASH 치료제의 개발을 중단하면서 GLP-1 진영이 일부 위축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GLP-1 기반 NASH 치료제 개발을 포기한 대신 화이자가 2500만달러 지분 투자를 한 곳이 아케로다.

아케로의 임상 성공으로 FGF21을 이용해 NASH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GLP-1과 FGF21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제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다. 국내 신약벤처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는 FGF21 외에 GLP-1, GIP, 사이토카인까지 건드리는 4중 작용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