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르사나 테라퓨틱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XMT-1660’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삼중음성유방암(TNBC) 치료제로 신속심사(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유방암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고 치료법이 제한된 질환이다. 이 점이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의 이유가 됐다는 설명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FDA의 신약 승인 절차에서 우선 검토 대상이 된다. 심사 기간도 단축된다.

XMT-1660은 ‘B7-H4’를 표적하는 삼중음성유방암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다. B7-H4는 삼중음성유방암과 난소암에서 과발현되는 것으로 최근 새롭게 알려졌다.

XMT-1660은 메르사나의 ADC 플랫폼 기술인 ‘돌라락’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특정 표적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개발된 게 ADC 치료제다. 그러나 ADC 역시 약물이 정상세포로 이동해 독성을 유발하는 것을 100%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돌라락은 약물이 암세포에 들어간 뒤에는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약물이 정상세포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다.

메르사나는 현재 XMT-1660으로 임상 1상 중이다. 유방암, 자궁내막암 및 난소암을 포함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안전성과 내약성, 항종양 활성을 평가한다.

안나 프로토파파스 메르사나 최고경영자(CEO)는 “전임상에서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입증한 XMT-1660이 최근 1상에도 진입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회사의 다양한 B7-H4 발현 암 치료법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B7-H4 표적의 이중항체 ‘ABL103’을 개발하고 있다. 삼중음성유방암과 난소암 치료제로 연구 중이다. ADC인 XMT-1660과 다르게 ABL103은 암세포를 표적하는 항체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항체로 이뤄졌다.

ABL103은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T’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B7-H4와 함께 T세포 활성수용체인 ‘4-1BB’를 표적한다. B7-H4가 과발현되는 삼중음성유방암 및 난소암이 기존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률이 좋지 않은 질환이라는 점에서 ABL103이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ABL103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종양이 이식된 인간화 생쥐에 약을 투여한 결과 체중 1kg당 2mg 용량에서 종양이 완전히 제거됐다. 또 투여 중단 후 암세포를 재이식했을 때 대조군과 달리 암세포가 성장하지 않았다. 기억 T세포를 통한 장기 항암효과가 증명됐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 결과가 BMS의 ‘우렐루맙’보다 높은 항암효능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렐루맙은 4-1BB만을 표적하는 단일항체 치료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을 목표로 내년 FDA에 ABL103의 임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