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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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뛰고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지원책을 내면서 수요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됐고, 미국의 철도 파업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다만 유럽의 천연가스 비축량이 적지 않은 만큼 내년에 쳔연가스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천연가스 10월물 가격은 MMBtu(열량 단위·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9.11달러를 기록했다. 전장 대비 10.01% 급등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이달 초 7달러 선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2주 동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MMBtu당 10달러를 웃돌았던 지난달 고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도 반등했다.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메가와트시(㎿h)당 217.88유로로 전장 대비 9.7% 올랐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8.15% 뛰었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횡재세’를 거둬 생활비 부담이 급증한 가계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U 회원국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의 수혜를 본 기업들에게서 총 1400억 유로(약 195조원)을 받아낼 수 있다며 이를 가계와 에너지 배급 기업 등에 보조금으로 지급하면 에너지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자국 가계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들을 발표했다. 최근 취임한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표준 가구 기준 에너지 요금을 연 2500파운드(약 400만원)로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독일 정부는 최근 총 650억유로 규모의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책을 발표했다. 역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혜를 입은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어려움에 처한 가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미국의 철도 파업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화력 발전 등 다른 에너지가 철도 파업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미국 석탄 화력발전소 중 3분의 2 정도가 철도를 통해 석탄을 공급받는다”며 “미 철도 파업이 시작될 경우 미국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가스를 사용해야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러시아의 공급 중단에도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올 겨울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유럽이 올겨울 천연가스 위기에 잘 대처하고 있다며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이 내년 1분기 메가와트시(㎿h)당 100유로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이 겨울이 오기 전 가스 비축량을 이미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골드만삭스는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천연가스 공급량을 줄이자 겨울이 오기 전 가스 저장시설을 채우고 있다”며 “10월 말까지 비축량이 9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겨울이 지난 내년 3월 말까지 유럽의 가스 저장탱크의 비축량이 20%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