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탄소중립' 열차 올라탄 삼성…재생에너지 확대 요구에 응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내 재생에너지 한계로 RE100 미뤄와…거센 글로벌 요구 속에 동참
한해에 전자제품 5억대 생산…"기술한계 돌파해 소비전력 30% 절감"
삼성전자가 15일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며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한 것은 갈수록 심화되는 기후위기 속에서 글로벌 탄소감축 움직임이 거스를 없는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 ICT 기업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는 1990년대부터 전사적인 친환경 경영 전략을 펼쳐왔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미비 등 현실적인 이유로 'RE100'(2050년까지 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 전환 캠페인)을 비롯한 탄소중립 선언을 미뤄왔다.
여전히 국내 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확정해 RE100 가입과 2050 탄소중립 동참 등의 내용이 담긴 신환경경영전략을 전격 발표했다.
특히 1년에 5억대 규모의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혁신기술 개발을 통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주력 제품군을 모두 초절전 제품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 90년대부터 환경 경영…재생에너지 인프라 한계로 RE100 미뤄와
삼성은 고(故) 이건희 회장 시기인 1992년 '삼성 환경선언'을 발표해 환경 문제가 선택적 지출이 아닌 필수 투자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전사적인 환경 경영을 추진해왔다.
이후 삼성은 2005년 '환경 중시'를 5대 경영원칙 중 하나로 지정하며 친환경 경영을 강화했고, 2009년에는 '녹색경영비전'을 발표하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친환경 제품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국내 산업계에서 선제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주도해왔지만, 2020년 전후로 본격화된 RE1OO 등 글로벌 탄소중립 움직임과 관련해선 동참을 주저하며 대외적으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왔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사업장 내 직접적인 탄소배출뿐 아니라 사용 전력 등 에너지에 들어가는 간접적인 탄소배출도 해결해야 하는데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발전량 부족으로 국내 태양광 에너지 발전단가가 외국보다 비싸고,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로 인정해주는 '재생에너지 구매 프리미엄'도 미국과 중국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수급이 원활한 미국과 중국, 유럽 내 전체 사업장에서 사용전력의 100%를 이미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지만, 핵심 생산기지가 밀집한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지난해 기준 16% 수준에 머물렀다.
반도체 사업 경쟁사인 미국 인텔과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 스마트폰 사업 경쟁사인 미국 애플 등이 이미 RE100에 가입했지만 유독 삼성전자가 가입 선언을 미뤄온 이유다.
◇ 글로벌 요구 높아지며 결국 전격 선언…"사회적 공동노력" 요청도
하지만 탄소중립 행렬에 동참하라는 글로벌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선 2050 탄소중립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올해 초 유럽 최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이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고, 애플 등은 이미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참여 기업들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를 장기간 검토해온 삼성은 최근 내부적으로 로드맵을 확정하고 이날 신환경경영전략으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1천700여만t의 탄소를 배출했다.
삼성전자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그만큼의 탄소 배출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이는 소나무 20억그루가 한해에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이자 자동차 800만대가 운행을 중단하는 효과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다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만은 않다.
새 정부가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 비중 확대를 추진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기존 계획보다 더 축소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따르면 2030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10월 확정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보다 8.7%포인트(p) 줄어든 21.5%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활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전 사회적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정부의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정책적 지원, 시민사회의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와 협조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연간 5억대 만드는 전자제품 전력 30% 개선…초절전 반도체 개발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자사가 생산하는 주력 제품군의 소비전력을 대폭 줄여나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 32개국에서 한 해에 생산하는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전자제품은 총 5억대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우선 스마트폰·TV·냉장고·세탁기·에어컨·PC·모니터 등 7대 전자제품의 대표 모델에 에너지 효율 기술을 적용해 2030년 전력소비량을 2019년 동일 성능 모델 대비 평균 30%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마트폰의 경우 화면 주사율 최적화하고, 냉장고 압축기·열교환기 효율 개선과 세탁기 고효율 냉매 적용 등 제품별 혁신 기술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부터 '에너지 효율 1등급' 등 고효율 제품 개발을 추진해왔기에 에너지 효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술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며 "제품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을 모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늘려 순환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부품의 50%, 2050년까지 전체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레진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3만1천t, 지난해 3만3천t의 재생레진을 사용하는 등 2009년 이후 누적 31만t의 재생레진을 사용했으며 2030년부터는 재생레진 사용량이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에선 '초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통해 데이터센터, 스마트폰용 반도체의 전력사용량 절감에 나선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전용 고성능 메모리 저장장치 SSD 'PM9A3'는 이전 세대보다 전력효율이 약 50% 향상됐다.
스마트폰에 주로 적용되는 저전력 D램 'LPDDR5X'는 전 세대 제품보다 소비전력을 20% 줄였다.
인공지능(AI), 5G 기술 발전으로 갈수록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초절전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적용시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의 연간 전력 절감 예상치는 8.5TWh(테라와트시)로, 지난해 서울시 가정용 전력의 60% 규모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한해에 전자제품 5억대 생산…"기술한계 돌파해 소비전력 30% 절감"
삼성전자가 15일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며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한 것은 갈수록 심화되는 기후위기 속에서 글로벌 탄소감축 움직임이 거스를 없는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 ICT 기업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는 1990년대부터 전사적인 친환경 경영 전략을 펼쳐왔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미비 등 현실적인 이유로 'RE100'(2050년까지 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 전환 캠페인)을 비롯한 탄소중립 선언을 미뤄왔다.
여전히 국내 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확정해 RE100 가입과 2050 탄소중립 동참 등의 내용이 담긴 신환경경영전략을 전격 발표했다.
특히 1년에 5억대 규모의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혁신기술 개발을 통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주력 제품군을 모두 초절전 제품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 90년대부터 환경 경영…재생에너지 인프라 한계로 RE100 미뤄와
삼성은 고(故) 이건희 회장 시기인 1992년 '삼성 환경선언'을 발표해 환경 문제가 선택적 지출이 아닌 필수 투자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전사적인 환경 경영을 추진해왔다.
이후 삼성은 2005년 '환경 중시'를 5대 경영원칙 중 하나로 지정하며 친환경 경영을 강화했고, 2009년에는 '녹색경영비전'을 발표하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친환경 제품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국내 산업계에서 선제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주도해왔지만, 2020년 전후로 본격화된 RE1OO 등 글로벌 탄소중립 움직임과 관련해선 동참을 주저하며 대외적으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왔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사업장 내 직접적인 탄소배출뿐 아니라 사용 전력 등 에너지에 들어가는 간접적인 탄소배출도 해결해야 하는데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발전량 부족으로 국내 태양광 에너지 발전단가가 외국보다 비싸고,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로 인정해주는 '재생에너지 구매 프리미엄'도 미국과 중국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수급이 원활한 미국과 중국, 유럽 내 전체 사업장에서 사용전력의 100%를 이미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지만, 핵심 생산기지가 밀집한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지난해 기준 16% 수준에 머물렀다.
반도체 사업 경쟁사인 미국 인텔과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 스마트폰 사업 경쟁사인 미국 애플 등이 이미 RE100에 가입했지만 유독 삼성전자가 가입 선언을 미뤄온 이유다.
◇ 글로벌 요구 높아지며 결국 전격 선언…"사회적 공동노력" 요청도
하지만 탄소중립 행렬에 동참하라는 글로벌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선 2050 탄소중립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올해 초 유럽 최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이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고, 애플 등은 이미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참여 기업들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를 장기간 검토해온 삼성은 최근 내부적으로 로드맵을 확정하고 이날 신환경경영전략으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1천700여만t의 탄소를 배출했다.
삼성전자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그만큼의 탄소 배출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이는 소나무 20억그루가 한해에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이자 자동차 800만대가 운행을 중단하는 효과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다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만은 않다.
새 정부가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 비중 확대를 추진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기존 계획보다 더 축소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따르면 2030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10월 확정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보다 8.7%포인트(p) 줄어든 21.5%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활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전 사회적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정부의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정책적 지원, 시민사회의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와 협조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연간 5억대 만드는 전자제품 전력 30% 개선…초절전 반도체 개발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자사가 생산하는 주력 제품군의 소비전력을 대폭 줄여나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 32개국에서 한 해에 생산하는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전자제품은 총 5억대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우선 스마트폰·TV·냉장고·세탁기·에어컨·PC·모니터 등 7대 전자제품의 대표 모델에 에너지 효율 기술을 적용해 2030년 전력소비량을 2019년 동일 성능 모델 대비 평균 30%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마트폰의 경우 화면 주사율 최적화하고, 냉장고 압축기·열교환기 효율 개선과 세탁기 고효율 냉매 적용 등 제품별 혁신 기술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부터 '에너지 효율 1등급' 등 고효율 제품 개발을 추진해왔기에 에너지 효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술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며 "제품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을 모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늘려 순환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부품의 50%, 2050년까지 전체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레진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3만1천t, 지난해 3만3천t의 재생레진을 사용하는 등 2009년 이후 누적 31만t의 재생레진을 사용했으며 2030년부터는 재생레진 사용량이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에선 '초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통해 데이터센터, 스마트폰용 반도체의 전력사용량 절감에 나선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전용 고성능 메모리 저장장치 SSD 'PM9A3'는 이전 세대보다 전력효율이 약 50% 향상됐다.
스마트폰에 주로 적용되는 저전력 D램 'LPDDR5X'는 전 세대 제품보다 소비전력을 20% 줄였다.
인공지능(AI), 5G 기술 발전으로 갈수록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초절전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적용시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의 연간 전력 절감 예상치는 8.5TWh(테라와트시)로, 지난해 서울시 가정용 전력의 60% 규모로 추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