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생소한 스몰 패션브랜드
희소성 높아 MZ세대 사이서 인기
이날 오후 2시쯤 매장을 방문하니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인 씨가 받아든 대기표 순번은 337번.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평소 관심이 많던 브랜드라 팝업스토어 개장 소식을 듣고 가장 사람이 덜 몰릴 것 같은 평일 오후 시간에 매장을 찾았는데도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다. 샤넬 매장만큼이나 입장하기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선 일반 대중에겐 생소한 ‘작은 브랜드’ 제품들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칭하는 작은 브랜드들은 전국적인 매장 수나 매출은 자라·H&M·유니클로·스파오 같은 대규모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에 비해 10~20% 미만 수준인 경우가 많지만 희소성을 앞세워 주로 10~20대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몰 브랜드들 성장세가 가파르다. 길거리 패션 브랜드로 시작한 ‘코드그라피’의 올해 무신사 내 상반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200%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서울 마장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편한 옷을 선호하는 MZ세대 호응을 얻어 지난해에만 매출 150억원대를 올렸다. ‘수아레(SUARE)’, ‘락피쉬웨더웨어’ 등도 거래액이 각각 400%와 700% 성장했다.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신규 입점 브랜드 중에서는 작년 11월 입점한 컨템포러리 브랜드 '더티스(THETIS)‘가 입점월 대비 지난 6월까지 매출이 20배 급증했다. 캐주얼 브랜드 ’코캔클(Cocancl)‘ 역시 작년 말 입점한 후 6월 매출이 268% 신장됐다.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패딩백으로 유명한 시엔느도 올해 2월 입점 후 4개월 만에 매출이 40% 늘었다. 스몰 패션브랜드가 떠오르는 것은 소비자 취향이 보다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개성을 중시하는 1020 세대가 주 소비층이다. 이들의 온라인·모바일 중심 소비 트렌드가 브랜드 성장에 한 몫을 했다. 기존에 오프라인 편집 매장 위주로 전개됐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판매 활로를 확장하고 있어서다. 주로 SNS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필요한 만큼만 주문 제작하는 ‘게릴라전’으로 성장세를 키우고 있다.
이처럼 스몰 패션브랜드의 활기에 올해 캐주얼 의류 시장은 17조5230억원에 달할 전망(한국섬유산업협회 통계 기준)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5.1% 불어난 규모로, 최근 1~2년 새 창업한 브랜드 가운데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브랜드가 즐비할 정도다. 매출 ‘1000억 시대’를 열 만한 브랜드들도 나오고 있다. 매출 1000억원은 패션업계에서 메가브랜드로 분류하는 기준이다. 지난해 각각 950억원과 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널디(2017년 출시)와 커버낫(2008년)이 대표적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일반 대중은 ‘알듯말듯’한 인지도가 오히려 젊은 소비자들의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면이 있다”며 “아이러니하게 희소성을 강조해 대중성을 얻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