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가 포항시의 하천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항제철소와 인접한 하천(냉천)에 변변한 제방이나 차수벽을 설치하지 않은 게 이번 침수 사태의 핵심이란 것이다. 반면 포항시 측은 “예측 범위를 넘어선 자연재해”라고 주장하고 있어 책임 공방이 한동안 가열될 전망이다.

포스코 "제철소 침수는 좁아진 냉천 때문"…포항시 "하천폭 정비사업 이전과 차이 없어"
15일 포스코와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침수 시작점인 냉천 범람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하천 상류 저수지(오어지)의 관리 부실이다. 지난 6일 새벽 최대 500㎜의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자 오어지는 금세 물이 찼다. 이후 하류인 냉천으로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노후 저수지인 오어지엔 수문이 없고 낮은 둑 하나로 관리되고 있어 폭우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제철소 현장에 있었던 포스코 관계자는 “오전 6시께부터 순식간에 성인 남성 턱밑 정도까지 물이 차올랐다”며 “냉천 물이 한꺼번에 들어와 제대로 막는 게 어려웠다”고 했다.

포항제철소와 냉천 사이에 제대로 된 제방이나 차수막이 없던 것도 사태를 키웠다. 냉천과 공장은 50~15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 사이엔 도로와 주차장 등의 시설과 낮은 높이의 제방이 있다. 해당 제방은 냉천 물이 불어나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시민들과 포스코 측은 수년마다 범람 위기를 겪은 냉천 제방을 보강해야 한다고 수차례 포항시 측에 건의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측은 “가뭄을 걱정할 정도로 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큰돈을 들여 치수 공사를 하긴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냉천 정비 사업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항시 측은 264억원을 투입해 냉천 82.4㎞ 구간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모래 대신 시멘트 등이 깔리면서 자연 배수 기능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자전거 도로를 깔 비용으로 상류 지역에 수문을 놓았으면 이번 침수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하천 정비를 소홀히 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곳곳에 1m 높이 차수판 400개를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하천폭은 2012년 이전과 거의 비슷하다”며 “일각에서 하천폭을 줄여서 유속이 빨라졌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물길을 포항제철소로 범람하게 한 다리도 제철소가 1976년 세웠다는 게 포항시의 주장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