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연말 정상화" 승부수
정부 "변압기 교체 6개월 이상"
전방산업 연쇄피해 우려하지만
포스코, 광양제철소 설비 배치
모든 생산라인 12월 가동 계획
車·조선 등 올해 넘기면 큰 타격
◆진흙과 물에 잠긴 압연라인
15일 포스코에 따르면 물이 범람한 냉천 인근에 자리잡고 있어 가장 심각한 침수 피해를 받은 압연라인은 아직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날 밤 12시 기준 배수 작업은 94%, 전원 투입은 37%까지 이뤄졌다.포스코는 압연설비를 통해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등 철강 제품을 생산한다. 압연설비 가동이 불가능하면 쇳물과 연주설비를 통해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만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는 3개월 이내에 압연라인을 복구한다는 계획이다. 압연라인 중 1냉연공장은 이달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개 열연공장 중 1열연공장은 내달 초 가동이 목표다. 침수뿐 아니라 변압기 화재가 발생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2열연공장은 오는 12월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2열연공장 정상화에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새 변압기를 일본에서 주문하고 들여오는 데만 6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열연공장 하부 보수가 어려울 경우 광양제철소 열연공장의 변압기와 모터 등 설비를 이전해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생산라인 여유가 있는 광양제철소 변압기와 모터를 이전하면 3개월 안에 2열연공장의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부소장도 지난 14일 열린 철강공단 정상화를 위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오는 12월 말까지는 전 제품을 생산해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복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지난 12일부터 고로 3기가 정상 가동된 데 이어 이르면 다음주 말부터 제철소 내 모든 공장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개월 지나면 전방산업에 타격
산업계는 포스코가 3개월 내 제철소를 정상 가동한다면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강판의 90%를 현대제철에서 공급받고 있고, 나머지 물량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공급받고 있다. 조선 및 가전업체도 각각 후판과 냉연강판 물량 2개월치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문제는 포스코의 설명과 달리 정상화 기간이 올 연말을 넘기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수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공급 부족 및 가격 폭등으로 전방산업에 연쇄 피해를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대차는 전기차 모터용 전기강판을 포항제철소에서 전량 공급받고 있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미리 확보해 놓은 재고가 있기 때문에 당장은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올 연말을 넘기면 수급 차질이 불가피해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포스코는 정부가 태풍 대비가 미흡하지는 않았는지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포스코는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태풍에 대비해 포항제철소 공장장 이상 임직원이 비상대기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냉천이 범람하면서 제철소가 1시간도 채 안 돼 순식간에 잠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항시의 냉천 공원화 사업으로 강폭이 좁아져 물길이 막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강덕 포항시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시점에서 피해 원인을 따지겠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잘못을 떠밀겠다는 마녀사냥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냉천 범람이 포항시의 부실한 하천관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수천 가지의 원인 중에서 한 가지만 지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이날 포스코 본사를 방문해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을 만나 피해 복구와 조기 안정화를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냉천 둑을 높이고 하천 바닥을 낮추며 다리를 개량해 물 흐름을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포스코도 차수벽 등을 설치해 방재대응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김익환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