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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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가격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확철 잦은 강우로 인해 강원도에서 자라는 여름 고랭지 배추의 작황이 부진한 탓이다. 배추 가격이 치솟자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것보다 포장김치를 사먹는 게 싸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온라인몰은 물론 대형마트에서도 '김치 품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상과 CJ제일제당 등 대형 식품업체들도 배추 등 김치 재룟값 급등을 버티지 못하고 포장김치 가격 인상에 나섰다.

배추 가격 최근 10년 새 가장 비싸

16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도매 가격은 ㎏당 1894원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10.3% 올랐다. 전월과 비교해선 64.7%, 전년 동월보단 127.5% 급등했다.

9월 배추 평균 가격은 1728원으로 최근 10년 새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9월 배추 평균 가격은 938원이다. 무 가격도 심상치 않다. 무 도매 가격은 전월 대비 16.0%, 전년 동월과 비교해선 169.1% 올랐다.

여름철 폭염과 잦은 강우가 반복해서 이어진 데다 최근 태풍 힌남노로 인한 피해까지 겹치면서 배추 가격이 치솟았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현재 시중에 풀리는 배추는 해발 600m 이상의 강원도 고랭지에서 재배하는 여름 배추"라며 "고랭지 배추가 기상 여건 악화로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장김치 품절 대란 이어져

배추 가격이 오르자 포장김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집에서 김치를 직접 담그는 수고를 감안하면 직접 김치를 만들어 먹는 것보다 포장김치를 사먹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다.

포장김치 수요가 갑자기 몰리자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김치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대상은 지난달 중순께부터 자사몰 '정원e샵'에서 종가집 배추김치는 물론 깍두기와 파김치 등을 '일시품절'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자사몰 'CJ더마켓'에서 ㎏ 단위로 판매하는 비비고 포기김치 판매를 중단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도 오후가 되면 김치 매대가 비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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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관계자는 "8월 중순께부터 포장김치 수요가 몰리기 시작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중단했다"며 "판매량 조절이 가능한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상품을 공급해 팔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맞지만 대형 식품사도 배추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포장김치 생산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은 원재료 가격 급등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포장김치 가격 인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대상은 다음달부터 종가집 김치 판매 가격을 평균 9.8% 올린다. CJ제일제당은 전날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비비고 포장김치 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다. 농협중앙회 역시 재료 가격 상승과 배추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농협김치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김장철 전 배춧값 잡힐 듯"

배추 가격 급등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김치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1억986만달러(약 153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8610만달러·약 1200억원)보다 27.6% 증가했다. 특히 8월 김치 수입액은 1338만달러(약 19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41.1% 급증했다.

다만 업계에선 본격적인 김장철인 11월 전까지는 배추 가격이 다시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말부터 해발 400~600m에서 자라는 준고랭지 배추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배추 가격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준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평년(877㏊)보다 10.4% 증가한 968㏊으로 집계됐다.

테란도 다음달부터 배추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10월 배추 도매가격은 ㎏당 726원, 11월엔 487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