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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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마저 위협하는 등 상승세가 가팔라지자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에까지 '화살'을 돌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 주식을 살 때는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투자가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나 환율 상승을 압박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해외 투자가 늘어난 덕에 한국의 대외자산이 증가하면서 현재 이례적인 고(高)환율 상황에서도 대외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반박도 있다.

20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원60전 내린 139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만 17% 넘게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은 글로벌 '킹(king) 달러' 현상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데 속도를 내면서 달러 이외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에너지 대란을 겪는 데다 코로나19 재확산,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까지 커지면서 달러 강세는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원화는 반도체 등 주력품목 수출의 부진으로 약세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불안한 요인으로 급증한 해외 투자를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는 109억2000만달러 줄어들었다. 반면 서학개미, 기관 등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는 343억1000만달러를 순유출을 기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들어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 2020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해외 투자는 원화를 달러로 교환해 이뤄지기 때문에 달러 수요를 부추겨 원화 절하(환율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는 논리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외화 순유출을 주도한 투자가는 비거주자가 아니라 거주자의 대외주식투자와 해외직접투자였다"며 "우리나라 원화 환율이 불안한 것은 외국인의 자본유출 때문이 아니라 내국인의 해외투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과거 연구에 따르면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0.3% 늘어나면 원화 가치는 처음 0.3% 절상됐다가 이후 0.5% 절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주식투자의 경우 주로 현물환시장에서 원화를 투자국 통화로 교환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라며 "거주자의 해외주식투자 확대가 통화가치를 절하시키는 효과는 선진국에서 잘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서학개미 등의 해외 투자는 한국의 대외자산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외건전성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서학개미 투자 열풍으로 지난해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636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9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것으로, 한 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을 뜻한다. 여기에 해외 투자를 통해 받는 배당금 등은 경상수지 흑자에도 기여한다.
또 해외 투자자들이 이미 투자한 해외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 생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게 되면 원·달러 환율이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서학개미들의 순매도 규모가 적은데다 주식을 매도해 보유하게 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수요도 적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은 미미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는 지난달 약 6억3000만 달러 순매도(결제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가 스왑수요(외환거래)를 늘리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해외자산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지난 6월에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도 서학개미 등의 해외 투자에 대한 명암이 동시에 언급됐다. 보고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 확대는 대외순자산 확대나 이자·배당수입 등 투자소득 증대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을 개선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서도 "최근 경상수지 흑자 폭 둔화 등으로 외환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해외증권 투자를 통한 외환수급 악화 및 이에 따른 외채 증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