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과 함께하는 골프대회' 포스터. / 사진=YTN
'수재민과 함께하는 골프대회' 포스터. / 사진=YTN
지난달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서울 관악구가 큰 피해를 본 가운데, 관악구청이 '수재민과 함께하는 골프대회' 개최를 후원한다고 홍보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6일 YTN 보도에 따르면 최근 관악구 봉천동 주민 A 씨는 '관악구청장배 골프 대회' 포스터를 지인으로부터 받았다.

해당 홍보 포스터에는 '수재민과 함께한다'는 문구와 함께 아래엔 관악구가 공식 후원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수해 복구를 마치지도 못한 A 씨는 "골프 대회를 여는데 왜 거기다가 수재민과 함께한다고 제목을 붙였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재민을 위한다는 행사 취지나 목적이 아무 설명도 안 돼 있다"며 "자기네들의 대회인데 수재민의 이름을 걸고 거기 가서 골프 대회를 한다는 건 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당 골프대회 주최 측은 수재민이 참가하는 행사가 아니라, 대회 성금을 수재민에게 기부하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관악구 골프협회에 따르면 26만원 참가비를 내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데, 수재민 참가자는 없었다.

주최 측 관계자는 "대회를 마친 뒤 수재민에게 성금을 기부할 예정이라 관련 문구를 넣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부하겠다는 성금은 대회 1등 상금 수준인 5백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재민을 이용해 행사를 홍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악구청은 행사를 후원한 건 맞지만 홍보 방식이나 문구에 대해선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조례에 의해서 행정 지원과 필요 경비 지원은 하지만, 포스터 문구가 어떻게 작성돼서 나가는지는 (모른다). (구청이) 직접 주최하고 주관하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관악구청은 이달 말로 예정됐던 골프 대회를 뒤늦게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