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아디다스 매장. EPA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아디다스 매장. EPA연합뉴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최근 독일에서 벌어진 글로벌 의류업체 아디다스와 독일 최대 미디어그룹 간 기싸움의 원인이 폭로됐다. 아디다스는 대기업이면서도 2020년 코로나19 여파 초기 당시 '착한임대인 운동'에 편승해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었다. 그런데 당시 '아디다스 때리기'에 앞장섰던 독일 최대 일간지 빌트의 소유주가 아디다스의 임대인이었던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스프링어의 사주가 자신의 임대료를 받아내기 위해 배후에서 '아디다스는 임대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내보내게 만들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2020년 3월 코로나19로 피해를 보는 기업과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방안 중 하나로 '임대료 납부 유예'를 내세웠다.

아디다스와 H&M 등 대형 소매업체들도 이에 즉각 편승했다. "코로나19 위기와 싸우는 동안 임대료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대기업의 덩치에 맞지 않는 행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정적으로 건전한 기업이 전국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악용하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빌트지는 20여차례에 걸쳐 아디다스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면서 여론을 조성했다.

그러나 FT가 검토한 토지등기부 자료에 따르면 빌트지 발행사 악셀스프링어의 지분 22%를 보유한 사주 마티아스 되프너가 아디다스 매장이 입점한 베를린 소재 건물의 공동소유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되프너는 당시 빌트지의 편집장 줄리안 라이첼트에게 연락해 "아디다스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회사인데도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자유경제의 기본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열변을 토하며 기사를 내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 사주가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언론 기사를 활용한 것이다. FT는 "빌트지는 사주가 아디다스 매장의 임대인이라는 사실을 숨겼다"고 꼬집었다. 악셀스프링어는 독일 빌트지 외에 미 폴리티코,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을 보유한 미디어 재벌이다. 과거 FT 인수전에도 뛰어든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