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인플레이션 시대, 월급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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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시대 도래에
월급 늘고 자산가격 하락
세대간 빈부격차 완화될 듯
투자 대박 노리던 MZ세대
근로소득 가치 다시 생각해야
투자는 장기로 복리효과 노려야
유창재 증권부 마켓인사이트 팀장
월급 늘고 자산가격 하락
세대간 빈부격차 완화될 듯
투자 대박 노리던 MZ세대
근로소득 가치 다시 생각해야
투자는 장기로 복리효과 노려야
유창재 증권부 마켓인사이트 팀장
유동성 장세가 한창일 때 심심치 않게 들리던 20~30대의 조기 은퇴 소식은 남은 자들을 흔들어 놓았다. 예컨대 A기업의 B사원이 암호화폐 투자로 50억원을 벌어 부서장에게 사표를 집어던지고 퇴사했다는 등의 스토리다. 술자리마다 ‘도대체 어떻게 투자하면 50억원을 벌 수 있나’ ‘50억원이 있으면 뭘 할 수 있을까’ 따위의 화제가 안줏거리로 올라왔다. 그럴 때 늘 하던 질문이 있다. “50억원이 과연 한창 젊은 나이에 은퇴까지 할 만한 돈인가?”
계산해보니 큰돈이긴 했다. 한국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2020년 말 기준 320만원. 연봉으로는 3840만원이다. 50억원을 은행에 넣어두고 연 2%의 이자만 받아도 연 1억원이 떨어지면 ‘스트레스 받아가며 굳이 일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게다가 돈을 은행 계좌에만 넣어두지 않고 잘 굴리기라도 하면 눈덩이처럼 더 불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그 시기 암호화폐와 주식 투자 광풍이 분 건 ‘나도 조기 은퇴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을 터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유독 20~30대에서 많이 목격된 데는 다른 배경이 있다. 젊어서 위험감수성향이 높은 까닭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구조적인 이유는 세대 간 빈부격차다. 짧게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돈을 뿌려대기 시작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길게는 이렇다 할 인플레이션이 없던 지난 40여 년간 자산 가격은 저금리를 타고 꾸준히 상승했다. 자연히 자산을 가진 기성세대는 더 부자가 된 반면 젊은 세대는 월급으로는 도저히 집을 가질 수 없게 됐다. 투자 대박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고 느꼈을 법하다. 작년까지는 침묵하다가 이제야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新)냉전에 따른 공급망 혼란이 촉매제가 됐지만 전쟁이 끝난다고 쉽게 잡힐 것 같지 않은 인플레이션이다. 구매력은 줄고 이자 비용이 오르면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겠지만, 세대 간 빈부격차는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온다. 투자 광풍의 시기에는 하찮게만 보였던 근로소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간이 된 셈이다.
이미 하락세가 시작된 서울의 아파트값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주식과 채권 가격은 동반 하락 중이다. 반면 월급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소한 월급 통장에 찍히는 숫자(명목임금)는 높아질 것이다. 매 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소득 대비 주택 가격(PIR·Price to Income Ratio)은 지난 2분기 경기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서울도 곧 하락을 시작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근로소득의 소중함은 당장의 숫자로만 계산하기 어렵기도 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쌓는 전문성과 실력, 그리고 네트워크는 인플레이션이 뺏어갈 수 없는 인적 자본이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4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직업적 숙련도(skill)야말로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투자는 자신을 개발하는 것이고, (그렇게 얻게 된 직업적 숙련도에는) 세금도 매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2009년 주총에서도 “만약 당신이 실력 있는 교사이거나 의사, 혹은 변호사라면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어떻게 되건 경제의 일정 파이를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암호화폐로 50억원을 벌고 사표를 던졌다는 B사원이 한 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성공 스토리만 회자될 뿐 빚내서 암호화폐에 투자하다가 젊음을 망친 슬픈 스토리가 훨씬 더 많다. 그나마 유동성이 줄어든 새로운 세상에서는 도박의 성공 확률이 훨씬 더 낮아졌다.
바람직한 투자는 근로소득의 일정 부분을 떼어 꾸준히 장기간에 걸쳐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주가 지수인 S&P500지수는 1926년 만들어진 뒤 작년 말까지 연평균 11.82% 올랐다. 30세 회사원이 매월 월급에서 50만원을 떼어 주식에 투자하고 30년간 연 10%의 수익을 올리면 60세에 약 10억원을 손에 쥔 채 정년을 맞을 수 있다. 원금은 1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투기로 번 50억원보다 더 부러운 건 젊을수록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복리효과다.
계산해보니 큰돈이긴 했다. 한국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2020년 말 기준 320만원. 연봉으로는 3840만원이다. 50억원을 은행에 넣어두고 연 2%의 이자만 받아도 연 1억원이 떨어지면 ‘스트레스 받아가며 굳이 일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게다가 돈을 은행 계좌에만 넣어두지 않고 잘 굴리기라도 하면 눈덩이처럼 더 불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그 시기 암호화폐와 주식 투자 광풍이 분 건 ‘나도 조기 은퇴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을 터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유독 20~30대에서 많이 목격된 데는 다른 배경이 있다. 젊어서 위험감수성향이 높은 까닭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구조적인 이유는 세대 간 빈부격차다. 짧게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돈을 뿌려대기 시작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길게는 이렇다 할 인플레이션이 없던 지난 40여 년간 자산 가격은 저금리를 타고 꾸준히 상승했다. 자연히 자산을 가진 기성세대는 더 부자가 된 반면 젊은 세대는 월급으로는 도저히 집을 가질 수 없게 됐다. 투자 대박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고 느꼈을 법하다. 작년까지는 침묵하다가 이제야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新)냉전에 따른 공급망 혼란이 촉매제가 됐지만 전쟁이 끝난다고 쉽게 잡힐 것 같지 않은 인플레이션이다. 구매력은 줄고 이자 비용이 오르면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겠지만, 세대 간 빈부격차는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온다. 투자 광풍의 시기에는 하찮게만 보였던 근로소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간이 된 셈이다.
이미 하락세가 시작된 서울의 아파트값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주식과 채권 가격은 동반 하락 중이다. 반면 월급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소한 월급 통장에 찍히는 숫자(명목임금)는 높아질 것이다. 매 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소득 대비 주택 가격(PIR·Price to Income Ratio)은 지난 2분기 경기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서울도 곧 하락을 시작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근로소득의 소중함은 당장의 숫자로만 계산하기 어렵기도 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쌓는 전문성과 실력, 그리고 네트워크는 인플레이션이 뺏어갈 수 없는 인적 자본이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4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직업적 숙련도(skill)야말로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투자는 자신을 개발하는 것이고, (그렇게 얻게 된 직업적 숙련도에는) 세금도 매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2009년 주총에서도 “만약 당신이 실력 있는 교사이거나 의사, 혹은 변호사라면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어떻게 되건 경제의 일정 파이를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암호화폐로 50억원을 벌고 사표를 던졌다는 B사원이 한 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성공 스토리만 회자될 뿐 빚내서 암호화폐에 투자하다가 젊음을 망친 슬픈 스토리가 훨씬 더 많다. 그나마 유동성이 줄어든 새로운 세상에서는 도박의 성공 확률이 훨씬 더 낮아졌다.
바람직한 투자는 근로소득의 일정 부분을 떼어 꾸준히 장기간에 걸쳐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주가 지수인 S&P500지수는 1926년 만들어진 뒤 작년 말까지 연평균 11.82% 올랐다. 30세 회사원이 매월 월급에서 50만원을 떼어 주식에 투자하고 30년간 연 10%의 수익을 올리면 60세에 약 10억원을 손에 쥔 채 정년을 맞을 수 있다. 원금은 1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투기로 번 50억원보다 더 부러운 건 젊을수록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복리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