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3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영국 경제가 이미 침체 국면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파운드화 가치는 이날 0.8% 하락한 1.137달러를 기록했다. 파운드화 가치가 1.14달러 아래로 밀려난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초 이래 최저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와 영국 내 경기침체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유로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도 약 0.4% 내린 1.142유로를 찍었다. 이날 영국의 8월 소매 판매가 전월 보다 1.6% 줄었다는 발표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시장에선 0.5% 감소를 예상했었다.

에너지 등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영국인들이 소비를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영국 정부가 이달 발표한 1500억파운드(약 237조원) 규모의 에너지 지원책은 기름값 급등으로 인한 타격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침체 위험을 불식시키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올리비아 크로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수치는 영국 경제의 하강 모멘텀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영국 경제는 이미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생활비 위기가 더 심각해짐에 따라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