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희의 셀프 체크인]은 한국경제신문 여행·레저기자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소개합니다. 미처 몰랐던 가까운 골목의 매력부터, 먼 곳의 새로운 사실까지 파헤쳐봅니다. 매주 새로운 테마로 '랜선 여행'을 즐겨보세요.
일본인 휴양지 같던 '이곳'…"지금은 한국인 덕분에 먹고 삽니다" [최지희의 셀프 체크인]
지난 8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괌을 찾았습니다. 시내로 나가자마자 그야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가 한국인지, 괌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들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괌 여정에서는 두 곳의 호텔에서 머물렀습니다. 괌의 터줏대감 '호텔 닛코'와 2020년 문을 연 괌에서 가장 최신 호텔인 '츠바키 타워'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올 만큼 일본 관광객을 타겟으로 한 호텔입니다. 실제로 닛코의 코로나 이전 숙박객 비율의 8할은 일본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상황은 180도 뒤바뀌었습니다. 호텔 수영장에 가도, 조식당에서도 들리는 언어는 오직 한국어 뿐이었습니다. 지배인에게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해 묻자 "한국인 덕분에 먹고 산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호텔 닛코의 전은하 지배인은 "사실 일본 관광시장이 이 정도로 안 열릴 줄 몰랐다"며 " 2년 전만 해도 한국인들이 먼저 괌을 채울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제 2의 일본' 같았던 괌에 무슨 일이?

코로나 한가운데서 문을 연 '츠바키 타워'는 더욱 '한국인 특수'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지나가며 한국인들은 허니문과 가족여행을 오지만, 일본인들은 아직 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오픈 당시 예상했던 숙박객 비율은 일본인 70%, 그 외 국가 30%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츠바키 타워 지배인은 멋쩍은 미소로 말했습니다. "한국인 100%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본인들을 위한 음식, 디저트, 서비스로 총무장했던 이들은 노선을 바꿨습니다. 한국인 고객 맞이 준비에 나선 것입니다. 뷔페 식당에 각종 김치를 들여놓고, 한국인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오픈 직전엔 한국어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위생을 중요시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상, 방에는 컵 대신 비싼 에코 텀블러를 배치하는 등의 발상도 했습니다.

괌. 오세아니아 대륙에 속한, 미국령의 섬입니다. 영어를 쓰고, 달러를 기본 통화로 사용하죠. 미군의 주 훈련기지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괌에 발을 딛고, 시내로 나가보면 자연스레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여기가 일본인가...?"

길거리에 즐비한 일본어 간판, 그리고 모든 표지판 밑에는 가장 먼저 일본어 해석이 적혀 있습니다. 닛코, 츠바키타워 … 호텔 이름들도 어딘가 영어같진 않죠. 일본어입니다. 괌은 이렇게 '대놓고' 일본인들을 위한 휴양지 느낌을 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 괌에는 15년 전부터 일본인들이 많이 이주해 살았다고 합니다. 지금 하와이 이주민의 80% 이상을 일본인이 차지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몰렸습니다.

일본 자본도 많이 들어와 호텔, 레스토랑 등을 세웠고,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치고 간 2020년. 그 이후로 일본은 해외여행의 문을 걸어 잠궜습니다. 괌에 들어오던 일본인들이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한 수순처럼 일본인들을 타겟으로 한 사업들은 고비를 맞았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닫힘' 한국은 다시 '활짝'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해외여행이 다시 풀리는 2022년 여름에도 여전히 일본은 국경을 걸어 잠군 상태입니다. 실제로 지난 주 전해들은 오사카 공항의 상황은 충격이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없는 나머지 공항 내 스타벅스도 운영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공항을 찾은 사람들은 앉을 카페조차 없어 공항 벤치에서 그저 비행기 탑승시간만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이처럼, 일본은 아직 해외여행에 지갑을 여는 것에 굉장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관광시장은 조금 다릅니다. 해외 여행길이 조금씩 열리고, 방역조치가 완화될 때마다 여행사를 통한 예약률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특히 '입국 전 의무 PCR검사 폐지'가 발표된 지난 8월 31일, 국내 한 대형 여행사에는 하루에 무려 2400개가 넘는 상품이 예약됐다고 합니다. 이 예약건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벌써 여행사들은 '코로나 이후 특수'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일본인 휴양지 같던 '이곳'…"지금은 한국인 덕분에 먹고 삽니다" [최지희의 셀프 체크인]
"한국인들이 먹여살린다"던 괌 호텔 두 곳. 실제 3박간 머물러보니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첫번째는 언어의 문제입니다.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직원들은 많은 데 비해, 한국인이나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은 적었습니다.

두번째는 음식입니다. 츠바키 타워에서 자신있게 내놓은 뷔페 형식의 식당 '까사 오세아노'. 일식 명장과 일본식 디저트 명인을 섭외해 뷔페를 구성했다고 합니다. 실제 이용해보니 식당에서는 스무 가지가 넘는 일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 음식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갈비와 불고기, 김치가 전부입니다. 한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