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는 다음주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경기침체 우려가 가중되며 하락했다. ‘세계 경기 가늠자’로 간주되는 미 물류업체 페덱스가 ‘어닝쇼크’에 해당하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데다 최고경영자(CEO)가 경기 침체를 경고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9.40포인트(0.45%) 하락한 30,822.42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8.02포인트(0.72%) 내린 3,873.33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3.95포인트(0.90%) 떨어진 11,448.40으로 장을 마쳤다.

3대 지수는 주간 기준 한주 만에 다시 하락 전환됐다. 이번주 다우지수는 4.1%가량 밀렸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4.8%, 5.5%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지속과 Fed의 고강도 긴축 우려 속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페덱스의 부진한 실적과 CEO의 경고로 투자 심리가 한층 위축됐다.

페덱스의 2023회계연도 1분기(6~8월) 주당순이익(EPS)은 3.44달러로 시장 추정치인 5.14달러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페덱스는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물동량 축소를 고려한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6월 제시했던 연간 실적 전망치를 철회했다. 라지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CEO는 CNBC 방송에서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이 현실”이라며 “세계 거시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해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 페덱스가 실망스러운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경기 가늠자로 간주되는 페덱스의 실적 부진 여파로 뉴욕 증시에 철도·항공·물류 등 운송 부문 20개 종목을 모은 지수인 다우존스 운송 평균 지수는 이날 52주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5% 하락했다. 거의 모든 종류의 물류배송을 맡은 페덱스의 매출이 감소하면 통상 세계 경기가 위축기에 들어갔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페덱스 주가는 21% 폭락했고, 경쟁사 UPS와 XPO 로지스틱스 주가도 4% 이상 밀렸다.

S&P500지수 내 필수소비재와 부동산을 제외한 9개 업종이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에너지와 산업 관련주가 2% 이상 떨어져 하락세를 주도했다.

국채금리 상승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대 인플레이션 완화에도 불구하고 매파적인 Fed의 이례적인 기준금리 추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3.9%를 돌파해 200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3.49% 수준까지 상승해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다만 장 마감 시점에는 3.45%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9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59.5로 4월 이후 최고치이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60.0보다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12개월 기대인플레이션은 4.6%로 전월(4.8%)보다 하락했다. 향후 5년 기대인플레이션은 2.8%로 전월(2.9%)보다 내렸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