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탈북청소년 도와…"타인의 삶 배운 나도 수혜자"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고3 됐다고 갑자기 하던 봉사활동을 관두는 건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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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군 소재 청심국제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한비(18)양은 고3 수험생이지만 주말에는 거르지 않고 봉사활동을 한다.

시각장애가 있는 노인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고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두리하나국제학교에서 영어 멘토링도 하고 있다.

김양은 지난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봉사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인데, 학업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저 이제 못해요'라고 말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며 "고3도 인생의 단계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양은 부모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다양한 봉사활동을 접해왔다고 한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는 합창 봉사나 어린이 전시해설 같은 것을 했는데 봉사 활동이라는 인식은 하지 못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낭독을 하면서부터 '나눔'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갔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김양은 금요일마다 하교하면 2시간씩 걸려서 경기 화성시 아르딤복지관까지 가 책을 낭독했다.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매주 멀리 가는 것이 힘들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어차피 집에 바로 가면 뒹굴뒹굴할 시간"이라며 웃었다.

몇 년간의 낭독 봉사활동은 시각장애 노인 안부 전화 활동으로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활동 위주로 하게 된 그는 "경기도 시각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연결된 할머니 한 분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양은 "어느 겨울 눈이 오는 날 통화를 하다가 시각장애인 분들은 눈이 오면 꼼짝없이 집에 갇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소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대화들이 쌓여 내 삶에서는 가장자리로 여겨지는 부분이 타인의 삶에서는 중심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봉사활동이 기본적으로 이타적인 행위인 것은 맞지만, 그 행위의 수혜자가 봉사자인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양은 꾸준한 봉사활동을 바탕으로 푸르덴셜생명이 주최하는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에서 2019년과 2021년에 각각 동상을 받기도 했다.

봉사활동은 아직 청소년인 김양이 미래 진로를 고민하는 데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쳤다.

그는 "사회에는 개인 노력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정책에 관심이 생겨 자연스레 그 분야를 연구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