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반 토막 난 송도 아파트"…'시그널' 심상치 않더니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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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새 12억에서 6억으로 반 토막 난 송도 아파트
부동산 시장 심상치 않더니
"경험 못한 급락 온다" 원로의 경고
부동산 시장 심상치 않더니
"경험 못한 급락 온다" 원로의 경고
"정책 당국자들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겁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고 보는 한 건설업계 원로의 얘기였습니다. 한국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 경기 둔화 우려, 글로벌 경기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십 수년 간 보지 못했던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소비자물가지수, 연일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 불어난 가계 부채, 아파트 매수 심리 지표 등 부동산 경기를 점쳐볼 수 있는 여러 지표들이 부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는 얘기였죠.
국내외 불안한 경제 상황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8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을 모두 포함)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29% 내렸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0.55%) 이후 13년7개월 만의 가장 큰 하락 폭입니다.
전국 주택가격은 올 6월 0.01% 떨어지며 34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후 7월 -0.08% 등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징적인 건 아파트가 이같은 주택 가격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값은 0.51% 떨어져 7월(-0.20%)보다 낙폭이 배 이상 커졌습니다.
서울 지역 아파트값 역시 0.45% 내려 낙폭이 7월(0.22%)의 두 배 수준으로 커졌고요. 월간 기준 2013년 8월(-0.47%) 후 9년 만의 최대 하락 폭입니다. 인천과 경기도 각각 0.96%, 0.71% 떨어지며 전달보다 낙폭을 키웠습니다.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도 계속 움츠러들고 있죠. 올 9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0.2를 기록해 19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치만 놓고 볼 때 이번주 지수는 2019년 6월 24일(78.7) 이후 약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습니다. 지난해 11월 중순께 99.6을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이 무너진 이후 44주 연속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매수 우위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역대급 거래 절벽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04건으로 2006년 조사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급급매'만 겨우 팔리고 있는 상황이랍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신공덕1차삼성래미안1아파트(전용 114㎡, 17층)은 올 9월 초 13억4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11층 동일한 매물이 17억2500만원에 거래된 점에 비춰보면, 1년 새 3억8500만원이 떨어진 것입니다.
수도권의 상황은 더합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더샵마리나베이(전용면적 84㎡ 기준, 7층)는 지난달 초 6억5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불과 6개월전인 올 2월엔 13층 매물이 최고가인 12억4500만원에 거래된 단지입니다. 반년 새 거의 반 토막 난 셈입니다.
이렇다 보니 '깡통 전세'도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 전세가율은 아파트의 경우 전국 74.7%, 수도권 69.4%, 비수도권 78.4%로 조사됐습니다. 경남 함안군(94.6%), 경남 사천시(93.8%), 경남 창녕군(93.5%), 포항 북구(92.2%), 경북 구미시(90.4%) 등의 전세가율은 90%를 넘어섰고요.
경매 물건의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격의 비율을 의미하는 낙찰가율은 최근 3개월(6~8월 기준) 평균 82.7%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1년(2021년 9월~2022년 8월) 낙찰가율(86.2%)에 비해 3.5%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부동산 전문가 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4명 꼴로 아파트 값이 현재보다 10%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전체의 5.6%긴 하지만 20% 이상 떨어질 것이란 응답도 나왔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평균 10% 이상 단기간에 집 값이 떨어지면 깡통 전세가 속출하고 경제 전반에 각종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책 당국의 정교한 부동산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최근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고 보는 한 건설업계 원로의 얘기였습니다. 한국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 경기 둔화 우려, 글로벌 경기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십 수년 간 보지 못했던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소비자물가지수, 연일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 불어난 가계 부채, 아파트 매수 심리 지표 등 부동산 경기를 점쳐볼 수 있는 여러 지표들이 부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는 얘기였죠.
국내외 불안한 경제 상황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8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을 모두 포함)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29% 내렸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0.55%) 이후 13년7개월 만의 가장 큰 하락 폭입니다.
전국 주택가격은 올 6월 0.01% 떨어지며 34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후 7월 -0.08% 등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징적인 건 아파트가 이같은 주택 가격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값은 0.51% 떨어져 7월(-0.20%)보다 낙폭이 배 이상 커졌습니다.
서울 지역 아파트값 역시 0.45% 내려 낙폭이 7월(0.22%)의 두 배 수준으로 커졌고요. 월간 기준 2013년 8월(-0.47%) 후 9년 만의 최대 하락 폭입니다. 인천과 경기도 각각 0.96%, 0.71% 떨어지며 전달보다 낙폭을 키웠습니다.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도 계속 움츠러들고 있죠. 올 9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0.2를 기록해 19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치만 놓고 볼 때 이번주 지수는 2019년 6월 24일(78.7) 이후 약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습니다. 지난해 11월 중순께 99.6을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이 무너진 이후 44주 연속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매수 우위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역대급 거래 절벽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04건으로 2006년 조사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급급매'만 겨우 팔리고 있는 상황이랍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신공덕1차삼성래미안1아파트(전용 114㎡, 17층)은 올 9월 초 13억4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11층 동일한 매물이 17억2500만원에 거래된 점에 비춰보면, 1년 새 3억8500만원이 떨어진 것입니다.
수도권의 상황은 더합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더샵마리나베이(전용면적 84㎡ 기준, 7층)는 지난달 초 6억5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불과 6개월전인 올 2월엔 13층 매물이 최고가인 12억4500만원에 거래된 단지입니다. 반년 새 거의 반 토막 난 셈입니다.
이렇다 보니 '깡통 전세'도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 전세가율은 아파트의 경우 전국 74.7%, 수도권 69.4%, 비수도권 78.4%로 조사됐습니다. 경남 함안군(94.6%), 경남 사천시(93.8%), 경남 창녕군(93.5%), 포항 북구(92.2%), 경북 구미시(90.4%) 등의 전세가율은 90%를 넘어섰고요.
경매 물건의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격의 비율을 의미하는 낙찰가율은 최근 3개월(6~8월 기준) 평균 82.7%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1년(2021년 9월~2022년 8월) 낙찰가율(86.2%)에 비해 3.5%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부동산 전문가 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4명 꼴로 아파트 값이 현재보다 10%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전체의 5.6%긴 하지만 20% 이상 떨어질 것이란 응답도 나왔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평균 10% 이상 단기간에 집 값이 떨어지면 깡통 전세가 속출하고 경제 전반에 각종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책 당국의 정교한 부동산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