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연주하고 있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WCN  제공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연주하고 있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WCN 제공
180년 전통의 세계 최정상 관현악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걸작 교향시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 ‘황금빛 사운드’를 선사한다. 오는 11월 3일과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내한 공연에서다. 올해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는 이번 공연의 지휘봉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이후 오스트리아 출신 최고 거장이자 ‘슈트라우스 전문가’로 꼽히는 프란츠 벨저-뫼스트(사진)가 잡는다.

객석 물들일 '황금빛 사운드'…빈 필하모닉 온다
빈 필하모닉은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11월 공연 이후 1년 만에, 벨저-뫼스트는 미국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2010년 공연 이후 12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벨저-뫼스트가 이끄는 빈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첫날(3일) 공연에서 바그너의 ‘파르지팔’ 전주곡,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을 연주한다. 이튿날(4일)에는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과 교향곡 3번,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들려준다.

‘벨저-뫼스트 지휘+빈필 연주’ 국내 첫선

빈 필하모닉은 ‘황금빛 사운드’ ‘벨벳 같은 우아함의 극치’ 등으로 표현되는 ‘빈필 사운드’로 유명하다. 오케스트라 고유의 음색과 음향을 유지하기 위해 빈 오보에, 욀러 클라리넷, 빈 호른, 로터리 트럼펫, 로터리 튜바, 슈넬라 팀파니 등 19세기 빈에서 개발됐거나 오랫동안 쓰인 악기를 그대로 사용한다.

빈 필하모닉은 1842년 빈 궁정오페라극장(현 빈 국립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악장이던 오토 니콜라이가 순수 음악회 연주를 위해 창설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출발했다. 바그너, 브람스, 리스트, 베르디 등 당대 최고 작곡가들이 객원 지휘자로 지휘봉을 잡았고 한스 리히터, 구스타프 말러, 펠릭스 바인가르트너,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등 음악사에 길이 남은 지휘 명장들이 상임지휘자로 빈 필하모닉을 이끌었다.

1954년부터는 상임지휘자 제도를 폐지하고 시즌마다 단원들이 선출한 객원 지휘자가 악단을 이끄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주빈 메타 등 거장들이 빈 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 내한 공연을 이끄는 벨저-뫼스트도 빈 필하모닉과 인연이 깊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벨저-뫼스트는 20세에 카라얀 문하에 들어가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런던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 음악감독을 거쳐 2002년부터 미국 명문 관현악단인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20년째 이끌고 있다.

2010년에는 카라얀 이후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처음으로 빈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맡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때부터 빈 필하모닉과 본격적인 호흡을 맞춰 왔다. 세계 최고 지휘자들이 초청받은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2011년과 2013년 지휘했고, 내년 신년음악회에서도 지휘봉을 잡는다.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의 정기 연주회와 세계적 여름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도 매년 초청받아 빈 필하모닉을 지휘하고 있다.

‘R. 슈트라우스 전문가’의 황금빛 사운드

벨저-뫼스트는 음악계에서 ‘슈트라우스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이 높다. 그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빈 필하모닉과 함께 공연한 오페라 ‘장미의 기사’ ‘다나에의 사랑’ ‘살로메’ 등을 통해 슈트라우스 작품 해석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100주년 기념작으로 올린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로 ‘오스트리아 음악극장상’을 받기도 했다. 빈 필하모닉과 지난해 연주한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과 ‘알프스 교향곡’ 실황은 음반으로 발매됐다. 영국의 저명한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한 칼럼에서 “(벨저-뫼스트는) 명쾌한 음을 유지하며 슈트라우스의 비할 데 없는 화려함을 정교하게 다듬어낸다”고 평가했다.

벨저-뫼스트는 이번 공연의 메인 연주곡으로 그의 장기인 슈트라우스의 걸작으로 꼽히는 교향시를 선택했다. ‘죽음과 변용’(3일)은 2019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4일)는 2011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빈 필하모닉과 함께 연주한 작품이다.

벨저-뫼스트는 현란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빛나는 슈트라우스 교향시와 함께 바그너, 브람스, 드보르자크 등 빈 필하모닉의 핵심 레퍼토리로 프로그램을 짰다. 이 중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은 1888년 12월 한스 리히터의 지휘로 빈 필하모닉이 초연한 곡이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는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는 ‘황금빛 사운드’를 가진 빈 필하모닉이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라며 “이틀 공연 모두 빈 필하모닉의 색채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관현악곡들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