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기곡들에 스토리를 입히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매력적이면서도 위험 부담이 큰 장르다. 유명 노래를 담고 있는 만큼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노래에 스토리를 자칫 잘못 더하면 지나치게 인위적이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무대가 아닌 스크린에서 새로운 주크박스 뮤지컬 작품이 탄생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사진)’도 이 장르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럼에도 단점을 뛰어넘는 다양한 매력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한다.

베테랑 중견 배우 류승룡과 염정아가 주연을 맡고, ‘국가부도의 날’ 등을 만든 최국희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영화엔 ‘알 수 없는 인생’ ‘조조할인’ ‘애수’ 등 이문세의 노래를 비롯해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등이 흘러나온다.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히트곡들로 채워 관객들의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린다.

영화는 아내 세연(염정아 분)이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시작된다. 집안일만 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삶에 허무함을 느낀 세연은 남편 진봉(류승룡 분)에게 첫사랑을 함께 찾아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다. 진봉은 이를 마지못해 수락하고, 두 사람은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이문세의 노래가 주를 이루고 첫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국내 대표 주크박스 뮤지컬인 ‘광화문 연가’와 닮았다.

영화는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장점을 발휘하고 진가를 드러낸다. 초반엔 많이 어색하게 다가온다. 배우들이 대사하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낯설게 느껴지고, 신파적 요인이 부각돼 감정 이입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점점 스토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되기 시작한다. 이후에도 종종 어색한 설정과 장면들이 나오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용인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이어져 레트로 감성이 한껏 부각된다. 1980년대를 풍미한 명곡과 의상, 소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배우는 코믹하면서도 농익은 연기로 주크박스 뮤지컬의 어색함을 지워나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아내와 엄마를 위한 헌사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영화는 늘 가족들의 뒤에 있어야 했던 세연이 인생의 주인공이었음을 보여준다. 부부나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극장을 나서며 이문세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옆에 있던 아내 또는 엄마의 손을 잡아줄 법하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