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도시바가 해외에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 대기업들이 뭉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대형 철도회사인 JR도카이와 전력회사 주부전력, 종합금융그룹인 오릭스 등 10여 개 대기업이 도시바 인수전 참여를 검토한다고 18일 보도했다. 주요 후보 가운데 하나인 일본산업파트너스(JIP)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인프라 대기업들로 구성된 인수후보가 등장하면 도시바 인수전의 구도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도시바는 회사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와의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공개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JIP와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털, 영국 CVC캐피털파트너스, 캐나다 인프라 전문 펀드인 브룩필드 등 네 곳이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됐다.

후보 가운데 유일한 일본 투자사인 JIP는 일본 국부펀드인 일본투자공사(JI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도시바는 이르면 이달 말 본입찰을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베인캐피털과 같이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글로벌 PE의 우세가 예상됐다. 도시바를 인수하려면 최대 3조엔(약 29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베인캐피털은 2018년 SK하이닉스와 공동으로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인 도시바메모리(현 키오시아홀딩스)를 인수한 경험도 있다.

자금력이 약점으로 지적되던 JIP가 일본 대기업들을 끌어들이면 단숨에 유력 후보로 올라설 것이란 분석이다. 원자력발전소 등 경제안보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도시바를 인수하려면 일본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일본 대기업과 투자회사의 컨소시엄이 정부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는 인프라 기업들은 모두 도시바와 사업상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도시바는 원자력발전 및 화력발전 기기의 제조와 보수 사업을 운영한다. 철도 사업 부문에서도 차량 구동 전원 시스템, 배터리, 운행 관리 시스템 관련 제품을 다수 생산한다. 도시바의 고객사인 이들은 해외 PE가 도시바를 인수하는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올초에는 요미우리신문 등 33개 신문사가 홍콩계 PEF의 적대적 인수 위협에 처한 일본 최대 윤전기 제조회사 도쿄기계제작소를 공동 인수하기도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