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공식 석상에서 항상 들고 다닌 핸드백이 그간 왕실 관계자들에게 보내는 '비밀 신호'로 사용돼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불편한 기색을 언행으로 표현하기보다 핸드백을 사용해 격식 있게 상황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18(현지시간) 영국 미러는 생전 여왕이 70년의 통치 기간 중요 행사에서 항상 핸드백을 들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는 관계자들에게 전하는 여왕의 '비밀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여왕의 핸드백이 왕실 관계자들과 적절한 소통과 대응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내부 왕실 관계자에 따르면 여왕이 공식 석상에서 나누는 대화가 불편하다고 생각할 경우, 대화의 흐름을 끊기게 팔을 번갈아 가면서 핸드백을 들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 갑자기 벗어나고 싶은 상황에서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텔레그래프는 여왕이 5분 뒤 만남을 종료하길 원하면 핸드백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여왕의 다양한 상황을 감안하면, 핸드백 시스템은 실용적이면서도 격식이 있었다고 미러는 분석했다.
고(故)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지난 6일(현지시간) 밸모럴 성에서 리즈 트레스 신임 총리를 만나는 모습. 트러스 총리의 임명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다. /사진=영국 왕실 공식 트위터
고(故)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지난 6일(현지시간) 밸모럴 성에서 리즈 트레스 신임 총리를 만나는 모습. 트러스 총리의 임명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다. /사진=영국 왕실 공식 트위터
'여왕의 핸드백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의 저자 중 한 명인 왕실 전문 기자 필 댐피어는 지난 16일 일본 닛케이 신문을 통해 핸드백 속에는 초콜릿 등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 신문에서 스크랩한 십자말풀이 종이, 방문 중인 주요 인사와 사진을 찍기 위한 작은 카메라 등이 들어 있다고 전했다.

여왕은 일요일에 교회에 갈 때는 기부하기 위해 5파운드짜리 지폐도 챙기기도 했다. 장거리 여행을 갈 때는 작고한 남편 필립공이 선물한 작은 화장품 케이스와 가족사진, 손주들의 선물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 패션잡지 보그에 따르면 여왕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리즈 트레스 신임 총리 임명에서 들었던 핸드백은 '러너 런던'(Launer London)이다. 이 가방 브랜드는 1968년 영국 여왕에게 로열 워런트를 받은 바 있다. 여왕은 이 브랜드의 가방을 1950년대부터 고수해 지금까지 약 200여 개를 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너의 최고경영자(CEO) 제라드 보드머는 보그에 "여왕께서는 핸드백이 없으면 옷을 제대로 입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면서 그의 핸드백 사랑을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