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일본이 이르면 올해 세계 3대 경제대국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임금 수준이 한국과 비슷해지고,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는 등 엔저(低)가 일본의 국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당 엔화 가치가 140엔 수준을 유지하면 올해 달러 기준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조9000억달러(약 5421조원)를 나타낼 것”이라고 19일 보도했다. 이어 “30년 만에 4조달러를 밑돌아 독일과 거의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일본의 GDP는 6조달러를 넘어 독일의 세 배에 달했다. 지난 30년간 세계 GDP가 네 배 늘면서 일본의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서 4% 미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일본인의 소득 수준 역시 3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신문은 “환율이 달러당 140엔이면 일본인의 연간 소득은 1990년 수준인 3만달러로 줄어 한국과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충격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달러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13% 올랐다. 엔화로 거래되는 도쿄상품거래소의 원유 선물 가격은 33% 급등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일본 증시가 오르던 흐름도 사라졌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를 시작하면서 엔화 가치가 급락한 2013년 1~8월 외국인 투자자는 9조1000억엔어치의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다. 올해 1~8월 외국인 투자자는 일본 주식을 2조7000억엔어치 순매도했다. 리처드 케이 컴제스트애셋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는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전가하지 못해 기업의 이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이탈하면서 올해 8월까지 달러 기준 닛케이225지수는 23% 하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2%) 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