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등 왕가 후손들, 마지막 떠나는 길 군복 차림 '마중'
세계 주요국 정상 등 2천명 운집
96차례 조종 속 여왕에 마지막 작별 고한 런던…"영면하소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영원히 떠나보낸 영국이 슬픔에 잠겼다.

19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국가장이 엄수됐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 정상과 각국의 왕족, 전·현직 총리 등 2천 명이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여왕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추모곡을 제창했다.

이날 장례식이 시작되기에 앞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관은 약 5분 거리인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운구됐다.

운구는 극도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장례 주최 측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일반인 참배객의 방문을 종료하고 운구를 준비했다.

붉은 제복의 영국 근위대가 먼저 웨스트민스터 홀 밖으로 여왕의 관을 들어 옮겼고, 건물 앞에서 대기 중이던 해군 부대의 포차에 관을 실었다.

포차는 1901년 빅토리아 여왕, 1910년 에드워드 7세 국왕 등 선왕의 국장에 쓰인 바 있다.

관에는 꽃, 왕관뿐 아니라 왕권을 상징하는 홀(笏·scepter)로 장식됐다.

군인들의 절도 있는 동작에 관 위의 왕관과 꽃도 흔들림 없이 안정된 모습이었다.

곧이어 오와 열을 맞춘 해군 수병 142명이 포차를 조심스럽게 이끌었다.

약 20분간 진행된 이 행렬 뒤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74세 큰아들 찰스 3세 국왕이 비통한 표정으로 해군의 걸음에 발을 맞췄다.

여왕의 손자인 윌리엄·해리 왕자 등도 군복 차림으로 뒤를 따랐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는 이미 2시간 전부터 초청받은 인사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96차례 조종 속 여왕에 마지막 작별 고한 런던…"영면하소서"
약 1시간 반 전부터는 장례식이 시작하기까지 빅벤이 1분에 한 번씩 조종을 울렸다.

여왕의 96세 생애를 기리기 위해 96회 타종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런던은 날이 밝기 전부터 조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9월 중순의 새벽 날씨가 비교적 쌀쌀했지만, 조문객 상당수는 전날 밤에 미리부터 런던에 도착했거나, 해가 뜨기도 전부터 운구 행렬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을 차지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잡았다.

런던에서 약 100㎞ 떨어진 베리세인트에드문드에서 하루 전에 런던에 도착했다는 한 형제는 BBC방송에 "자리 잡기가 (런던 최대 축구 경기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에 VIP석을 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초청받지 못한 런던 시민들은 라디오와 스마트폰 등으로 장례식 생중계를 지켜보며 주변인들과 슬픔을 나눴다.

조문 행렬이 몰려들면서 런던시 당국은 장례가 시작되기 2시간쯤 전인 오전 9시께 장례 행렬 참관 구역이 이미 만석을 이뤘다면서 주변 런던 중심부의 통행을 임시 차단했다.

국장일인 19일 영국 전역은 임시 공휴일이었다.

영국 전역의 기업·영업장이 문을 닫았고, 런던 증시도 휴장했다.

히스로 공항은 "조의의 뜻에서 특정 시간대에 특정 장소에서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항공기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폭스비즈니스는 이날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타격이 23억파운드(약3조7천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다만 조문객 등의 급증으로 관광산업이 회생하면서 손해를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