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인도서 풀린다…하락세 그리는 설탕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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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5년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던 설탕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설탕 수출 시장의 ‘큰손’인 브라질과 인도에서 수출을 늘릴 조짐이 보여서다. 브라질은 에탄올 가격 하락의 여파로 설탕 생산이 늘고 있고, 인도는 정부가 지난 5월 도입한 수출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ICE선물거래소에서 설탕 선물 가격은 파운드(약 0.45㎏)당 17.88센트로 전장보다 1.65% 하락했다.
올해 초 파운드당 17~18센트선이었던 설탕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크게 뛰었다. 지난 4월 초에는 파운드당 20센트를 웃돌며 연고점을 기록했다. 2017년 초 이후 최고가였다. 그러나 이후 꺾이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올해 8월 세계식량가격지수에서도 설탕 가격은 하락했다. 110.4포인트로 전월(112.8포인트) 대비 2.1% 떨어졌다. 세계 1위 설탕 수출국인 브라질과 2위 수출국인 인도에서 모두 설탕 공급이 늘어나거나, 늘어날 전망이어서다. 브라질은 2021추수연도 기준으로 세계 설탕 생산량의 23%를 담당하는 국가다. 수출량 기준으로 세계 점유율은 52%로 절반 이상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브라질의 설탕 수출은 타격을 받았다. 브라질은 사탕수수 수확량의 55%를 에탄올, 45%는 설탕을 만드는 데 쓴다. 그러나 전쟁 초기 브라질의 사탕수수 공장들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설탕 수출을 취소하고 에탄올을 만들기 시작했다.
설탕 생산 2위국인 인도도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인도는 지난 5월 국제 설탕 가격이 확 뛰자 국내 공급과 가격 안정 등을 이유로 들며 설탕 수출을 당시 추수연도 기준 연간 1000만t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바뀐 건 최근 들어서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는 다시 사탕수수로 에탄올 대신 설탕을 만드는 공장들이 늘었다. 미 중앙은행(Fed)를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고, 그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지난 7월에는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가 3주 연속 휘발유 가격을 인하하며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만에 8.6% 하락했다”며 “당시 설탕 선물 가격은 최근 1년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도 조만간 수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는 새 추수연도가 시작되는 10월부터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설탕 작황이 좋아 자국 내 설탕 공급자들을 위해 수출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인도의 설탕 수출 확대분이 발표되면 설탕 가격은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