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기업인들이 지난 5월 말 독일 하노버메세에서 디지털 전환 등 첨단 기술 트렌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산단공 제공
G밸리 기업인들이 지난 5월 말 독일 하노버메세에서 디지털 전환 등 첨단 기술 트렌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산단공 제공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이하 ‘G밸리’)는 2만여 개 기업(지원시설 내 서비스업체 포함)이 몰려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산업단지다. 구로동과 가산동 일대를 아우르는 이 지역은 1960년대 섬유 봉제 중심의 구로공단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제조업에 지식산업이 어우러져 있다. 특히 정보통신과 소프트웨어가 주종을 이룬다.

매주 화요일 오후 6시가 되면 구로구 디지털로 G타워 5층으로 기업인들이 속속 몰려든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 이들은 3시간 동안(석식 포함) 강사들의 강의를 듣는다. 대부분 G밸리 내 기업인이다. 이들의 표정은 매우 진지하다. 단순한 교양강좌가 아니다. 자신들의 사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루는 주제를 압축하면 마케팅과 미래 먹거리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돈 버는 방법이다.

4차 산업혁명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대립 등의 영향으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며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까지 겹치면서 기존 방식의 해외 마케팅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마케팅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며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는 대다수 기업인의 뜨거운 관심사다.

기업인들이 이곳을 찾은 것은 ‘G밸리 글로벌 아카데미’(이하 GG 아카데미)의 KIBA MBA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각 지역에는 여러 종류의 최고경영자(CEO) 과정이 있다. 유튜브에선 수많은 온라인 강연이 홍수를 이룬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이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오프라인 강좌에 모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최신 트렌드로 무장한 강사진의 따끈따끈한 강좌가 있기 때문이다. 10~20년 전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사례로는 이제 현장에 대응할 수 없다.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은 대학에선 불과 10년 전만 해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2011년 독일 하노버메세에서 헤닝 카거만 독일공학한림원 회장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처음 제안했고, 이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클라우스 슈밥은 2016년에 들어서야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이계우 한국산업단지경영자연합회서울(KIBA서울) 회장(아쿠아픽 대표·52)은 “G밸리 기업인들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정보 갈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본부와 손잡고 실질적으로 기업인에게 도움이 되는 강좌를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IBA MBA 과정은 24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9월 6일 시작해 15주 과정(주 1회)으로 이어진다. 이는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초불확실성 시대, 대한민국 경제 진단과 전망’을 시작으로 김용진 서강대 교수의 ‘디지털 대전환과 비즈니스 모델혁신’, 오승열 마인즈랩 부사장의 ‘인공지능의 가치(Value of AI)’,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부회장의 ‘스몰 기업에서 스페셜 기업으로’, 이기훈 메타커머스연구소장의 ‘블록체인, NFT 그리고 메타버스 커머스’ 등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강연자가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게 특징이다.

김용진 교수는 삼성SDS 출신이고, 오승열 부사장은 제일기획 A&O DDB코리아 등을 거쳤다. 강좌만 있는 게 아니다. 국내외 현장 연수도 포함된다. 이들은 지난 5월 말부터 6박8일간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를 볼 수 있는 하노버메세를 비롯해 독일 기업 현장을 방문했다. 독일 기업인과의 대화를 통해 이들의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고 협력 가능성도 타진했다. 6월 말에는 여수를 방문해 국내 대기업을 탐방하기도 했다.

둘째, 끈끈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융복합 제품 개발이다. 이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연결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는 디지털 전환과 융복합이다. 기업인 간 네트워크 구축과 이를 통한 융복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삼삼오오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영과 기술 트렌드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할 분야를 찾는다.

셋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3기부터 이 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이들의 융복합제품 개발을 위해 신제품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산단공은 이 과정을 통해 △민간 주도 혁신성장을 위한 기업인 역량 강화 △기업인 간 네트워킹 활성화를 통해 정보 공유 등 환경 변화 대응 역량 강화 및 자발적 지역 중소기업 네트워킹 생태계 조성 △선진사례연수를 통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 제고 및 신성장동력 확보 △단지 간 교류 활동 활성화로 산업 전반의 이해도 제고 및 협업을 유도하고 있다.

산단공 관계자는 “기존 KIBA서울 MBA 과정을 산단공이 KIBA서울과 공동 주관하면서 예산, 현물(회의장소), 2명의 인력 지원을 통해 공동 운영에 들어간 것도 변화”라며 “수강생 40명으로 선진사례연수, 워크숍, 특강 등을 운영했는데 이를 통해 네트워킹을 활성화하고 기수 직제(회장, 부회장, 사무총장 등)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칙 마련, 회비납부, 정기모임 등을 통해 결속력 증대 및 자발적 네트워킹 활성화를 이뤄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GG 아카데미는 기존 CEO MBA 과정 외 포럼 운영을 통해 정부 정책, 사회 이슈 등을 CEO에게 전파 공유할 계획”이라며 “GG 아카데미의 온라인 플랫폼도 구축해 MBA 기수 내, 기수 간 교류와 소통을 활성화해 협업 및 지역 중소기업 온라인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한국산업단지공단·한경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