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 기반 시뮬레이션 '엔플로우' 독자 개발
"정부가 재난 대응 디지털기술 융합 나서야"
김진현 이에이트 대표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력 소프트웨어인 ‘엔플로우(NFLOW)’로 태풍, 산사태, 도심 침수 등을 예방하기 위한 복합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며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시뮬레이션보다 효율이 크게 높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병렬 로드 밸런싱’을 독자 개발해 분석 속도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강조했다.
엔플로우는 이에이트가 2014년 선보인 입자 기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다. 입자를 공간에 흘려 넣는 방식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기 때문에 대규모 물리 현상을 분석하는 데 적합하다. 기존에 흔히 쓰이는 격자 방식의 시뮬레이션은 분석 대상을 격자로 촘촘하게 둘러싸야 하는 탓에 사용 범위가 자동차, 기계 등 산업 영역에 머물렀던 것보다 한층 진보한 시뮬레이션 기술이란 평가다.
엔플로우는 대규모 토목 공사에 특히 적합한 소프트웨어다. 댐이나 빗물 저류 배수시설 등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재정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율적인 사업 계획 수립과 운영 최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디지털 트윈 모델을 활용한 시설의 유지 보수도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과 운영 양측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이트는 2017년 발생한 인천 해저터널 침수 사고의 원인이 인근 석유화학단지 등의 외부 빗물 유입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 탓이란 걸 엔플로우를 통해 밝혀냈다. 또 엔플로우를 활용해 서울 우면산 산사태, 태풍으로 인한 해운대구 침수 상황 등 대형 재해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이트는 국내 유일의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정부의 스마트도시 구축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재 국가시범사업인 세종 스마트시티와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의 디지털 트윈 구축에 파트너 회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 2.0 디지털 트윈 활성화 전략에 시뮬레이션 대표 기업으로 소개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입자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트윈 플랫폼 솔루션 ‘NDX 프로’도 지난해 선보였다.
이에이트는 2012년 회사 설립 이후 10여년간 입자 기반 시뮬레이션이란 한 우물만 팠다. 스마트시티용 디지털 트윈 사업 등으로 수주 실적이 쌓이면서 내년엔 사상 첫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재해 예방을 위해 다양한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기반 시설을 통합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라며 “스마트 기술이 재해를 예방하고 사람을 구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 융합을 통한 재난재해 예방의 필요성을 인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