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 국토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 국토부 제공
'국토교통부에서 교통을 빼도 되는 것 아닙니까." 오래 전부터 건설업계 안팎에서 자주 오르내렸던 우스갯소리입니다. 그만큼 국토부의 역할과 관심이 교통보단 국토, 더 구체적으로는 주택에만 매몰돼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대다수 수요자의 관심과 필요가 '움직이는 것'보다 '거주하는 곳'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급물살을 타면서 교통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이 빠르게 접목하게 된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에 없던 다른 양상의 모빌리티 혁명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산업이 앞으로 국가 경제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앞다퉈 관련 서비스 개발과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죠.

모든 산업이 그렇듯 형성 초기에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등을 선점하면 못하면 갈수록 선도 국가들과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에서 전 세계 주요 기업이나 국가 간 경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기술 수준이나 서비스 경쟁력은 아직 확실하게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올 5월 취임한 뒤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모빌리티입니다. 취임식에선 JTBC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언급하면서 '출퇴근 30분 시대'를 추진하겠다고 하더니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빌리티 산업의 중요성과 지원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모빌리티 산업 육성을 중대하고 필수적인 국토부 과제로 여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원 장관이 지난 19일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에 공을 들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이번 로드맵은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새 정부의 시각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시장 안팎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270만 가구 주택 공급 대책 등 주택·주거 관련 로드맵과 각종 정책 발표가 이어졌지만 모빌리티 부문에 대한 청사진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원 장관은 올 6월 이후 민간 업계 전문가 27명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꾸려 직접 챙길 정도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 수립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로드맵 발표 현장에선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직접 기술적인 부분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통상 발표 현장에선 장관이 큰 틀만 선보이면 실국장들이 세부적인 추진안을 답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국토부는 모빌리티 혁신을 위해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일단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열기로 했습니다. 자율주행 서비스가 일상이 안착되도록 규제를 바꾸고 친화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교통 체증 걱정 없는 항공 모빌리티를 구현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입니다. 스마트 물류 모빌리티로 맞춤형 배송 체계도 구축하고,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빌리티와 도시 융합을 통한 미래 도시를 설계하기로 했고요.

이런 정책 추진 과제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국토부의 조직, 인력 재편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전문성 있는 기관은 모빌리티 지원 센터로 지정할 예정입니다.

수요자와 기업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이번 로드맵을 분석한 기사엔 "교통 부문 묵은 고민거리들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머지않아 현재 교통 체계가 상당 부분 달라질 것 같다"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이와 관련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생존이 달렸다는 절박함으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간 정부 차원의 인프라 투자나 규제 완화가 부족해 아쉬운 마음이었다"며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보면 산업의 잠재력을 공감하고 각종 제도와 법규를 바꿔 전폭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