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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마켓PRO]'나홀로 순익 급증' 기업은행에 눈길 쏠리는 이유
기준금리 상승에도 은행주 투자심리는 싸늘하기만 합니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며 은행의 주 수익원인 가계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업은행만큼은 전 분기 대비 큰 폭의 순이익 성장이 예상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의 투자 포인트를 마켓PRO가 정리해봤습니다.

기업대출 나홀로 상승에 수혜
유일한 기말배당株…배당기대 확대

19일 기업은행은 981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이달 들어서 2.5% 오른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KB금융(0.3%)나 신한지주(-1.36%) 보다도 상승 폭이 비교적 큽니다. 코스피 지수가 이달 들어 -4.7% 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은행 주가는 벤치마크를 7.2%포인트 앞선 겁니다. 기업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728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9% 증가할 것이라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하나금융지주(13.8%)나 신한지주(7.7%) 등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가장 증가 폭이 큽니다.
[마켓PRO]'나홀로 순익 급증' 기업은행에 눈길 쏠리는 이유
다른 은행에 비해 기업은행이 주목받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가계대출 성장률이 둔화하는데 비해 기업대출 만큼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000억원 늘었습니다. 신용 포함 일반대출만 보면 9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이자 부담이 높아지지만 주택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이 가계 부담을 고려해 가계대출의 금리를 크게 올리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한편 기업 대출은 자산시장이 얼어붙은 수혜를 입고 계속해서 성장 중입니다. 8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한 달 전에 비해 8조7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2009년 6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 가장 큰 폭의 증가세라고 합니다. 중소기업 대출은 9개월 연속, 대기업 대출은 1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 중입니다.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나 메자닌 발행, 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했던 기업들이 많은데 증시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마켓PRO]'나홀로 순익 급증' 기업은행에 눈길 쏠리는 이유
기업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기업대출 비중이 큰데,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의 84%나 차지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중 50%가량이 변동대출금리라고 합니다. 대출은 증가하는데 금리상승의 수혜까지 누릴 수 있는 셈입니다. 실제 기업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상승 폭은 전 분기 대비 14bp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른 은행 대비 NIM 상승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번째 투자 포인트는 배당입니다. 신한지주 등 다른 은행이 대부분 중간배당이나 분기 배당을 하는 것에 비해 기업은행은 기말 배당만 하기 때문입니다. 기말에 기대해 볼 수 있는 배당 규모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물론 최근 금융당국이 특별 대손준비금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하면서 리스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배당 성향이 지난해에 비해 하향되지만 않는다면 8.9%(배당 성향이 전년과 동일할 경우) 가량의 배당이 기대됩니다. 시장에선 기획재정부가 63.74%의 지분을 갖고 있어 세수 확대를 이유로 배당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 등 지원 위한 증자 피할 수 없을 듯

기업은행의 발목을 잡는 가장 중대한 요소는 증자리스크입니다. 최근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유동성 공급·경쟁력 강화·재기 지원을 위해 2년간 41조2000억원의 맞춤형 정책자금 공급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해당 프로그램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추가적 자본 확충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높습니다. 실제 기업은행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작년까지 2년 동안 5번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거의 매년 해왔던 증자라는 점에서 예측할 수 있긴 하지만, 유상증자 단행 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한 기관투자자는 "매년 하던 거라고 하지만 지분 희석은 피할 수 없다"며 "리스크를 감안하면 매수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기업은행 프로필(9월 19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9810원
PER(12개월 포워드): 2.98배
동종업종 PER: 4.81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3조3125억원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