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 사진=연합뉴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 사진=연합뉴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영빈관 신축 예산을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끔찍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탁 전 비서관은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국무총리가 1, 2억도 아니고 800억 가량의 예산 사용 요청을 몰랐다고 국회에서 증언하는 건 본인은 허수아비라고 생각해서 말씀하시는 거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탁 전 비서관은 "아니면 문제가 되니까 책임을 실무자한테 떠넘기려고 하는 것인지 어떻게 국무총리가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냐"며 "저는 정말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모골이 송연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본인이 주재한 회의에서 국무회의 안건으로 통과가 된 건데, 그걸 몰랐다고 어떻게 얘기할 수 있냐"며 "청와대와 용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예산인데, 그걸 몰랐다고 얘기하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탁 전 비서관은 영빈관을 신축할 필요가 없으며, 기존 영빈관을 개보수해서 사용하면 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청와대 영빈관이 이미 존재하고 있고 그 공간을 잘 활용하거나 최소한 그 부지를 활용해 증축하거나 개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용산에 영빈관을 짓겠다는 건 행사장을 짓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했다.

탁 전 비서관은 "청와대 영빈관은 숙소 기능이 아니라 행사 기능만 가지고 있다"며 "본인들이 청와대를 폐쇄하고 용산으로 무리하게 이전하면서 지금 용산에 행사할 만한 장소가 없는 것이고, 다시 또 청와대로 들어가 행사하자니 상당히 면구스러운 일이 되니까 영빈관이라는 타이틀을 빌려 행사장 하나 만들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 사진=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 / 사진=뉴스1
앞서 한 총리는 전날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878억 원의 영빈관 신축 예산을 알고 있었냐'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저는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대통령은 영빈관 신축 계획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대통령하고 그 문제를 논의할 시간은 없었다"고 했다. 또 '대통령도 모르는 예산이었냐'는 질의에는 "최고 통치권자가 그걸 다 파악하고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 총리의 이같은 발언에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도둑질하듯 예산을 편성했냐"고 공세를 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일을 국무총리,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과도 논의하지 않고 몰래 추진했다면 매우 비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아닐 수 없다"며 "나아가 국무총리, 대통령실 핵심 참모도 모르게 도둑질하듯 국가 예산을 편성했다는 것은 보통 힘 있는 사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영빈관 신축을 누구의 지시로 이토록 비밀스럽게 추진했는지 밝히고 그 책임을 묻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실이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면 결국 김건희 여사에게 국민의 의혹 어린 눈길이 쏠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